뷰티풀 걸 Beautiful Girls 1996 US ★★☆

2005/03/20 00:01

#.
술집 피아니스트인 그는... 그저 껍질만 살아있을 뿐이다. 그냥 죽지않아 살고있을 뿐이다..
방금 하루종일 연주하고 모은 돈을 쥐고, 버스를 탔다.
비행장 - 동창회가 있다는 소식에 오랫만에 고향으로 향한다.
이렇게 이 영화는 시작된다.

#.
내가 기억하는 -영화를 추천해준 - 친구의 한마디는 이것이다.
〃한참 기로에 서있을 때, 이 영화를 봤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부진 결심을 하게 되었다 〃  
마지막 고향 친구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영원히 멋지게 살게, 친구...〃
좋은 영화였다. 그 날의 분위기에 맞게.

#. 제작정보
뷰티풀 걸 Beautiful Girls 1996 US ★★☆
로맨스, 코미디 / 미국 / 112분
감 독 :  테드 데미 / 각 본 :  스콧 로젠버그
음 악 :  데이빗 A. 스튜어트
출 연 :  맷 딜런, 우마 서먼 ,미라 소르비노, 티모시 허튼, 나탈리 포트만
관람일: 2001. 01. 08 대학로


2005/03/20 00:01 2005/03/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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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울 것 없는 관계를 맺는 것은 타성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경험에 앞서오는 두려움과 수줍음 때문이다.모든 걸 감수할 준비가 된 자만이 살아있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 릴케
독실한 유대교 신자에 보수적인 제시카. 완벽한 애인을 꿈꾸는 그녀에게 사랑은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자신과 같은 연애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애인을 구하는 구인광고를 냈다. 평소 가장 좋아하던 릴케의 글에 귀가 솔깃해지는 제시카. 하지만 상대는 동성애자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보수적인 제시카는 잠시 용기를 내서 헬렌을 만나기로 하지만 그녀의 그동안의 삶에 비추어보아 너무나 정신이 나간 행동. 카페문을 열고 주저하다 도망을 친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발견한 헬렌. 도망치는 제시카를 우선 붙잡는데 성공한 헬렌. 둘은 여성들만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 헬렌에게 호감을 갖고 연애를 시작하는 제시카. 이건 분명 그녀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성애라니. 주위의 이목을 중시하는 제시카에겐 동성애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런 그녀와 헬렌의 연애 이야기.

#.
대시해오는 조쉬에게 "With Helen" 이라고 확실하게 못박는 그녀, 가족들 모두에게 그녀가 동성을 사랑하고 있음을 당당하게 밝히게 된 그녀. 의 모습.

#.
결말. 하지만 그게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이리라. 동화속의 결말처럼 ever after 라는 형식으로 끝났다면 오히려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과 상반되는 것이었겠지. 하지만. 아쉽기는 하다. 

#.
"Oh, well, don't decide right now. Just let it $2 for a while."
"당장 결정말고 숙성시켜봐요"

조쉬. 음식 이외의 것에 '숙성시키다' 라는 동사를 써본 적 있어요?
그것이 만남을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쓰이는 것으로.
마음에 들었어.

#.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1997년 가을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먼저 올랐다. 악몽 같은 데이트를 그려보면 어떨까라는, 이 영화 속 두 주인공 제니퍼와 헤더의 아이디어가 희곡으로 옮겨진 것. 작가 워크샵에서 만난 그들은, 연극이 큰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자, 자신들이 쓴 희곡을 직접 영화화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이 신선한 발상은 곧, 유쾌하고 색다른 사랑을 시도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그로부터 4년 후. 그들이 쓴 각본은, 전혀 상반된 두 여자의 관계를 통해 독특한 사랑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아주 특별한 영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를 탄생시켰다.니들이 로맨틱 코미디를 아냐며 콧방귀를 뀌던 제작자들 덕분에 영화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제니퍼와 헤더는 작가, 배우, 프로듀서로서의 1인 3역을 해내며 결국 영화를 완성시켰다.

#. 제작정보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Kissing Jessica Stein 2001 US ★★★★☆
로맨스, 코미디 / 미국/  96분 / 2002 .11.08 개봉
감독 : 찰스 허만 웜펠드 / 각본 : 헤더 유르겐센 제니퍼 웨스트펠트
출연 : 제니퍼 웨스트펠트 헤더 유르겐센 쿠퍼 스콧 코헨


2004/11/10 15:37 2004/11/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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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그램 21 Grams 2003 US ★★★★

2004/09/24 00:29

#. 당신의 삶은 어떠한가요
질문1. 삶은. 계속 됩니까. 어느때에라도
질문2. 신은 죽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3. 내 생에 단 한 번의 임신의 기회,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질문4. 살인에까지 이르게 한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질문5. 심장이식을 받았습니다. 기증자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싶습니까.
질문6. 기증자가 사랑하던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을 어느만큼 신뢰할 수 있습니까.
질문7. 내가 사랑하던 사람의 심장을 가진 사람을 만났습니까.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을 어느만큼 신뢰할 수 있습니까.
질문8. 죄책감때문에 어떤 명목에라도 죄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수도없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
교차편집의 대가. 스티븐 미리온은 이번에도 내게 편집의 마력속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영화의 도입부. 트래픽을 떠올린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거친 촬영. 거친 내용. 거친 편집. 영화는 시종일관 거칠다. 갖갖은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는 이에 기반한다. 거칠지 않았다면 이만큼 만족스런 영화는 나올 수 없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
여러 내용, 같은 장면. 하지만 그 장면의 이유는 마지막에야 연결고리를 알 수 있다.
왜지? 왜. 무엇인가. 이 장면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끝까지가야만 알 수 있는 내용. 퍼즐의 즐거움. 메멘토의 추억.

#.
무엇이 21그램일까.
그가 피우는 담배의 무게?
그녀가 취하게 만드는 약의 무게?
그의 양심의 무게? 그의 신앙의 무게?
마지막 나래이션이 없었더라면 조금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을텐데..

#.
열여섯부터 죄를 지어온 그 사람은 교회안에서의 신앙생활로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느꼈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속이고 있었던 것일까.
그의 마지막 선택은 양심이 이끈 것이었을까, 신앙의 힘이었을까. 아니면 그를 구원한 신이 이끈 것일까..
죽음의 클럽안에서 그 사람은 슬펐을까. 그러한 상황에 비참해하였을까.
새로운 삶에 새로운 생명에 그녀는 삶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여전히 삶은 지속되지 않는다고 생각할까.
교통사고에 의한 삶, 죽음, 고통. 여전히 계속되는 우리들의 이야기.

#.
극도로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란 생각만큼 쉽지않은 작업이다. 단순한 사건만을 연결하면 감정의 연결이 끊길 수도 있고, 그렇다고 그 사건에 감정을 약간이라도 섞게 되면 전체적인 냉정함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90프로의 냉정함을 보여주는 철저한 연출에 최고의 점수를 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본다면 단순 신파로 갈 수 있는 영화를 이렇게 철저하게 냉정하게 만들 수 있다니. 대단하다.

#.
구약의 신은 응징 복수의 신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면 신약의 신은 용서의 신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하지만 신약의 요한계시록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계시록에서 보여주는 신은 용서의 신으로 보기보다는 응징의 신으로 보는 편이 옳다.
그는 회계를 함으로써 용서의 신과 함께 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죄로 인해 그는 신을 버리고 방황한다.
자살을 선택하는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내가 만약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
사람은 죽는 순간, 21그램의 무게가 빠진다고 한다.
그 21그램은 무엇일까.
영혼의 무게? 영혼? 영혼?
무엇일까.

#.
영화는 시종일관 삶에 대해 묻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되는 그 사람은, 삶은 지속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회계를 하던 그 사람의 부인은 모든 일을 신에게 묻는 그를 보고 말한다.
신이 있건 없건, 삶은 계속된다.
당신은 삶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리는가.

#.
영화가 끝나고 생각나는 음악.
Somewhere over the rainbow. - Queen
Right here waiting for you. - Richard Marx
내게 강같은 평화.

스포일러


#. 제작정보
21그램 21 Grams 2003 US ★★★★
범죄, 스릴러, 드라마 / 미국 / 126분 / 2004 .10.23 개봉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음악 구스타보 샌타올라라
출연 숀 펜 ,나오미 왓츠, 베니치오 델 토로


2004/09/24 00:29 2004/09/2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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雍也

2004/09/14 01:35

知者는 樂水하고
仁者는 樂山하니
知者는 動 하고
仁者는 靜 하며
知者는 樂 하고
仁者는 壽 하니라.

more..


가끔 이런 글들을 읽을 때면. 백팔번뇌가 사라지곤 한다.


2004/09/14 01:35 2004/09/1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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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능력은 때론 책임감을 요구한다. 아무나 영웅하기는 쉽지 않은 일.
빨간 싸이렌이 울리면 긴장되는 건 범죄자들만이 아니다. 그래서 여기 피터 파커는 심난하다.
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연인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람을 구해야만 하는가. 쉬운 결정은 아니다.
사랑하는 엠제이의 이별통보 후의 급작스런 결혼발표는 그에게 있어서 현실을 짖누루는 무게를 참을 수 없게 만든다. 나는 왜 선택할 수 없는가.
오랜 고민 끝에 사랑을 위해, 사람을 구하는 거창한 일을 버린다.

#.
샘 레이미는 스파이더맨을 헐리웃의 흔해빠진 영웅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만족스럽다.
토비 맥과이어의 연기력은 진실된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감독과의 조화를 이룬다.
1편보다 나은 작품은 이렇게 나올 수도 있다. 물론 환상적인 거미줄쇼 또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
생명을 구하기 위한 스파이더맨의 고군분투. 그런 그를 향한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에 감동받았다. 액션영화를 보다가 눈물흘리기는 흔치않은데말이다. 요즘 독존 감성 100% 상승중이다.

#.
온갖 가십성 선정적인 문구에 진실왜곡기사를 1면에 장식하는 편집장을 향한 동행의 일갈.
' 저 놈 조선일보에서 파견보냈나봐! ' 

#. 제작정보
스파이더맨 2 Spider-Man II 2004 US ★★★★☆
액션, 모험, 범죄,로맨스, SF / 미국/  126분 / 2004 .06.30 개봉
감독: 샘 레이미
출연: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씨네코아


2004/07/02 01:17 2004/07/0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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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과 '결혼' 할 수 있을까

2004/06/11 06:30

먼댓글 , 피오넬 | 가난한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1
가난한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빗대어 말하고 싶다. 가난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차피 이기적인 세상.
여자든 남자든. 가난한 건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피오넬님의 글을 보면.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과 '결혼' 이 가능하냐고 묻는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의 문제는 차치하고.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과 '결혼' 할 수 있을까.

2
난 모든 것이 개인의 사정 혹은 능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본인이, 상대가 가난하면 안되는 사정 혹은 능력이 없다면. 가난한 사람과 결혼하기는 힘들 것이다.
집안의 허락이 녹록치 않은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내 능력으로는 결혼하는 상대가 가난하면 도저히 결혼생활을 해나갈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상대와 결혼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본인이, 상대가 가난해도 되는 사정 혹은 능력이 있다면. 가난한 사람과 결혼하기 수월할 것이다.
내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집안이라면. 내 능력정도면 결혼하는 상대가 가난하더라도 결혼생활을 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다. 는 사람이라면, 그 상대와 결혼하겠다는 그 의지 혹은 결심은 흔들림이 없을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은 현실이다.
라고 흔히들 말한다. 나는 능력이 없으면 결혼하지 말라. 는 主義로 사는 사람이기에. 저 현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라 하더라도. 현실을 위해 무작정 결혼하는 상황은 만들어내지 않길 바란다.
주변에 사랑없는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기에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풍문에 의하면. 사랑과 현실 사이에 현실을 택한 사람들은 그 '현실'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가 현실을 택한 것을 알기때문에 현실적으로 결혼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때론 서로간에 사생활 침범하지 말자는 약속을 만들어서 결혼따로 사랑따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괜히 '결혼은 미친짓이다' 의 '그녀' 라는 인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사랑을 선택한 결혼이 늘 좋은 결말을 가지고 온다고 보지도 않는다.
주변에 사랑의 결실을 맺은 결혼이 실패한 경우를 본적이 없어서 이 또한 말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풍문에 의하면. 사랑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 '사랑' 때문에 힘들어도 참는 경우가 많다.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살고보니 사랑도 식고 점차 왜 저 사람을 사랑했을꼬 하는 푸념만 하게 되는 결혼생활이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사랑했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같이 사는 사람들이 꽤 있고 보니, 그것만큼 불행한 생활이 없는것같다. 사랑없는 사랑은 내게는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이렇게 말하다보니. 결혼생활이 좋지 않았다던. 소크라테스의 명언이 떠오른다.
'결혼은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 . 그래서 차라리 해서 후회하련다고 결혼하는 사람들도 풍문으로 들었다.
모든건. 선택의 문제이다.
이 길을 선택해서 감내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저 길을 선택해서 감내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짓이다 를 보면,
현실을 위해 결혼하고 사랑을 위해 동거를 하는 '그녀' 라는 인물과
현실때문에 결혼하지 않고 사랑 때문에 동거를 하는 '나' 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연애라고 말하지 않고 사랑이라 표현하는 이유는 난 그들이 서로가 단지 '즐기기위해' 동거까지 했다고는 생각하지않기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챕터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more..

미친짓이다.
라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본인의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않을 판단을 내려야 한다.
'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이라면 해보겠다 vs 그래도 안하겠다 '
굳이 결혼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다. 현재로썬.
결혼해서 슈퍼우먼 컴플렉스에 빠지느니(전 그리 될 가능성이 농후하거든요) 결혼하지 않고 실컷 사랑하고 싶다.
동거문화를 좋게 받아들인 것도 한 요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2004/06/11 06:30 2004/06/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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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2004/05/11 20:25

먼댓글 , 하늘처럼 | 콧대 세울 일이 아니다..

이제 내가 당신을 잃어 속임을 당한 느낌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왜냐면...
마치 동전을 소유하듯이 내가 당신을 소유하였을 때에만 나는 당신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당신은 누구나 처럼 삶의 여정을 밟아 나가는 하나의 인격체..
비록 잠시나마 당신의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내겐 행운입니다.
단 한 번도 당신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은데 어떻게 내가 속임을 당한 느낌이겠습니까.

때때로 두 삶의 여정이 우연히 만나 서로 포개어져 하나인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으로 꽤 오랫동안 길을 가겠지요. 그러나 운명은 너무나 자주 그 둘을 갈라놓곤 합니다. 저마다 제 나름대로의 행선지에 다다르게 하려고...
나는 이 여행이 끝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시작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삶이란 본디 그런 것...
더없이 아름다운 날들이 어쩌다 오기도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날이라 하여도 언젠가는 황혼 속에서 사라져가기 마련이니까요.

누군가 우리의 삶에서 떠나갈 때 우리가 느끼는 아픔은 우리에게 안겨준 기쁨에 비례합니다.
내 인생에서 잠시나마 당신은 내가 참으로 그 누군가에게 무엇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하였지요.
당신이 그립다고는 말하지 않으렵니다.
하지만 내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당신은 언제나 내 곁에 있습니다.

예반 - 누군가에 무엇이 되어

예반님의 산문집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이 문장을 하늘처럼님에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운내세요.
그리고 당신이 사랑했던 그 시간들을 후회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2004/05/11 20:25 2004/05/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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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으로 하겠다

2004/05/10 03:51

먼댓글 , ㅇ ㅏ온 |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세요? 그렇다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 한번도 이 말이 낭만적으로 느껴진적이 없었다.
오늘 우연히 펼친 옛날 수첩에서 발견한 이 문장...
왜 이런 문장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따라 이 문장이 내 맘에 와닿았다.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겠다... 들을수록 좋은 문장..
2002년 2월 어느날. 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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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0 03:51 2004/05/10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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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갔다

2004/05/07 00:23

" 우리 집에 놀러 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 나 왔어 "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조등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거리고,
그 그늘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갔다.

- 나희덕

가끔, 아니 어쩌면 항상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아버리곤 한다

지난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그리워 하고 있었다고. 사과해야 했었다고. 그를 만나러 나갔어야 했다고
그렇게 등을 보이는게 아니었다고 그러는게 아니었다고.

목련그늘이 좋아, 우리집에 놀러와... 라고 얘기하는 그의 집에
그가 죽은 후 조문을 가는 심정
그 심정을 생각해본다.

그토록 뒤늦은 후회가 우리 삶에는 없었으면
그대는 그러지 말았으면...

written by 오정은

한 걸음 뒤에



나는 때를 놓쳐 사랑을 잃은 경험이 두번이나 있다.
늘 한 걸음 뒤에 있는 그 사람을 보지 못하고
어느샌가 내 마음 깊숙히 들어와 있는 그 사람을 느꼈을 땐
이미 그 사람은 내게서 흠뻑 슬픔을 느낀 뒤였다.

언제나 문을 열어놓고 있을 것만 같던
그 사람이
더 이상 나를 반겨주지 못할 때.
그 상처는 쉽게 아물지 못한다.
사인미스는 포수와 투수 사이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
우리는 늘 수많은 사인미스를 벌이며 지내고 있는 것이다..

2004/05/07 00:23 2004/05/0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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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관하여

2004/05/04 15:36

14

네가 평지 위를 걸어간다고 치고, 가고자 하는 훌륭한 의지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뒷걸음질만 친다면, 그것은 절망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나 너는 가파른 비탈, 그러니까 네 자신의 발바닥부터 보일 만큼 그렇게 가파른 비탈을 기어 오르고 있으므로, 뒷걸음질은 오로지 지형 때문에 생겼을 수도 있으니 만큼 절망할 필요가 없다.

- 프렌츠 카프카, 죄 고통 희망 그리고 진실된 길에 관한 성찰 중


젊은 날엔 너무도 많은 절망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어떤 날에는 삶을 버리고 죽음을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에는 스스로를 누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우리가 어떻게 평평한 대지위를 걸을 수가 있는가말이다. 카프카의 말대로 가파른 비탈을 기어오르고 있지 않은가. 너무도 힘든 고통을 이겨내면서, 손가락은 모두 벗겨져 더이상 버티기조차 힘들기도 하지만, 열씸히 뒷걸음질 치며 위로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떨어지면 바로 죽음이라는 그런 극한의 상태가 와야지만이 비로소 우리는 열중할 수 있지 않을까.
떨어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그모습은 결코 비참하지도 누추하지도 않다.
그모습이야 말로 숭고함 그 자체이다.

절망에 빠지지 말자. 단지 지금의 지형이 힘들뿐이다. 이 가파른 비탈을 빨리 올라 평평한 대지에서 온몸 쭉 펴고 잠시 휴식을 취할 그 기쁨만을 생각하고 한 번 더 깊게 숨 들이키고 열씸히 하자!

박카스는 괜히 있는게 아니다.
타우린 천미리그람! 보충하고, 가자!

2004/05/04 15:36 2004/05/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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