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2015/04/04 16:19

분홍은 단물이 가득 고이는 색
분홍을 만질 때는 추억을 만지듯 조심할 것
별빛에 닿아도 쉬이 짓무르고
눈길만 스쳐도 주르르 흘러내리는 즙
달콤하고 무절제한 유혹의 늪이다

- 허영둘, 시 '桃園에서' 중에서 -

*
여기서 분홍은 과연 사랑을 뜻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뜻을 의미하는 것일까.

시인의 시감은 모르겠으나
나는.
사랑이라 생각한다.

분홍을 만질 때는 추억을 만지듯 조심할 것. 이라는 문구가 주는 느낌이 좋다.



2015/04/04 16:19 2015/04/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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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두 글자

2013/09/14 20:47

절벽 가까이 나를 부르셔서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에 더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절벽에 겨우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 로버트 슐러 (서진규의 '희망' 서문) -

우리가 어떠한 곤경에 처해 있어도
버리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이 있으니
바로 '희망' 이란 두 글자 입니다.
지치고 힘들수록 가슴에 품어야만 비상할 수 있습니다.
절망 끝에 반드시 '희망'이 찾아온다는 믿음을 가져야만 합니다.

지금 실패했다고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마시고
다시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시길 빕니다.
힘내세요!

- 사색의 향기, 2008-05-28


2013/09/14 20:47 2013/09/1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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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도 즐겁지 않은 관계

2011/09/1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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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사이트에 올라온 한 연애 상담글이다.
댓글에는 관계를 하는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은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안했는데도 질리는데 한다한들 즐거울까.
"어떤 감정으로 시작했는지" 부터 생각해봐야 하는게 아닐까.

외로워서 시작했는데,
함께해도 그 외로움이 가시지 않는다면
그쯤에서 헤어지는게 서로에게 좋지 않을지.

서로에게 힘이되고 즐거움이 되는 행복이, 함께하는 사람들의 마음 아닐까.

2011/09/13 19:11 2011/09/1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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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 옳지 못한

2011/08/23 23:21

익숙하지 않은 ≠ 옳지 못한 2005/11/07 22:55

나는 꽤 못된 생각을 하고 지내는데, 바로 제목과 같은 잘못을 범한다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다는 것 때문에 옳지 못하다고 단정을 한다.
하지만 그 둘은 동일선상에 놓일 수도 같은 뜻으로 쓰일 수도 없다.
때문에 익숙하지 않다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익숙하지 않은 게 정의롭지 않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2011/08/23 23:21 2011/08/2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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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평소와 무척 다른 날이었다

2011/08/23 20:45

그날은 평소와 무척 다른 날이었다 2005/06/30 15:26

고등학교때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을 때 겪은 일화를 적어낸 글이었다.
워낙 장문의 글이었고 그 때의 기분을 적어내려간 글이었는데.. 아쉽다.

학교가 파하고 나면 늘 들르던 삼풍백화점.
지하2층이 연결된 외부에서 진입하다 보면 유화로 된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아직도 그 유화의 터치나 색감을 잊지 못한다.
그 그림이 걸려있던 벽면이 갈라진 것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늘상 보던 벽이 평소와는 달랐으니까..

내가 빠져나오고 한시간이 지난 뒤에 붕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날에 대한 단상이었다. 이 글은..


2011/08/23 20:45 2011/08/2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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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찾아서

2005/02/18 10:59

몸이 안좋으시던 내 어머니는 바깥출입을 많이 하지 못하셨었다. 집안에 홀로 지내시는 일이 많으셨는데, 그나마 커다란 창문을 통해 사시사철 옷을 바꿔입는 산이 보였기에 그의 모습을 보며 지내시곤 했는데 이따금 등산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면 그들의 행동을 구경하시는게 위안거리였었다.
어머니는 곳잘 갈래머리 어린시절의 고향마을 이야기를 하곤 하셨다. 너른 들판을 향해 마음껏 뛰놀던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리우셨던 것이리라..
그런 어머니께 내가 해드린 최고의 선물은 -지금 생각해보면- 김용택님의 책을 선물해드린 것 같다. 어머니와 같은 정서를 갖고 있는 이 님의 책을 읽고 행복해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누이야
오늘도 나는 해거름에 넋 놓아
강 건너 묵어가는 밭들을 바라본다.
어릴 때 너를 업어 잠재우며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밭을 보노라면

언제는 패고
언제는 쓰러졌다 일어나
무릎 짚고 익어 있던
앞산 보리들을 바라보며
나는 너의 가지런한 숨소리를 들었었다.

누이야
나는 그때까지 낀 내 손이 저려왔어도
무거운 줄을 몰랐었다.

어머니는 날마다 힘이 부치지만
네가 자라 가꿀 보리밭 명밭 콩밭을 부지런히 넓혔었지.
뒷산 그늘이 내려와 강물에 드리워지면
풀꽃들이 서늘히 드러나고
산그늘이 앞산을 오르며
어머님을 덮으면
허리를 펴며 땀을 식히시던
어머님의 넉넉한 노동의 하루.
그러면 나는 잠든 너를 산그늘로 덮어 잠재우고
부지런히 저녁 밥솥에 불을 땠었다.

지던 해가
앞산 머리에 뚝 떨어지면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서
줄줄이 풀 속을 내려오던
어머님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들,
함께 강가에서 만나 손발을 씻던
그 싱싱한 모습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나는 즐거워지고
가슴이 뛴다.
김용택 - 섬진강 21 누이에게 중


동갑내기 시인의 섬진강 이야기는 해남출신 어머니에게 더없는 즐거움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눈앞에 그려지는 고향마을 이야기에 시름은 사라지고 온 내몸을 적셔오니 이보다 더 큰 기쁨 어디 있으랴.
낭랑한 목소리로 글귀를 읽어내리던 그날의 모습..

며칠전 도착한 김용택님의 신간 '풍경일기_봄 花' 를 꺼내들고 울컥하는 마음에 차마 책장 들춰보지도 못하고 가슴이 비어져내리더라. 어머니 생각이 참 많이 떠오르게 되어서.
이제야 책장을 열어보고 어머니께 선물해드렸으면 무척 좋아하셨을 모습이 떠오르니, 팬레터라도 써보라고 할걸 그랬다. 바쁜 그 님이 답장을 해줬을리 모르지만은, 책을 읽고 글을 써내려가던 어머님을 떠올리니 그랬더라면 참 좋았을걸 싶은 생각이 든다. 좋은 친구를 사귈 수도 있었을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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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2005/01/05 00:22

12월 31일 자정을 향해가고 있을 때,
1월 1일 0시를 향하고 있을 때.
그때.
아, 새 아침이 밝아오는구나.
이렇게 느끼는 것.
그것이 나이를 먹는다는 게 아닐까 싶다.

2004년과 2005년의 사이에서 난 그저 하루를 보냈을 뿐이고, 내게 그저 주말이 다가오는 것일 뿐이었다.
이런 것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라면.
솔직히 조금 섭섭하긴 하다.

하지만 이번 해로 넘어오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이 바로 이것이었다.
아, 어제가 가고 오늘이 오는구나.
하지만 이런 생각에 씁쓸하진 않다. 이건 지극히 현실적인 수용일뿐이니까.
야호, 한 살 더 먹었다 :)

2005/01/05 00:22 2005/01/0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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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

2004/12/10 01:38

“아가씨 미안합니다. 냄새가 좀 날 겁니다.”

앞자리에 신사 한 분이 타더니 날 돌아보며 건넨 말이었다. 밤늦은 시간에 택시합승이란 결코 유쾌하지 않다. 더구나 탑승한 술주정뱅이가 뒷자리의 여성에게 수작을 건넨다 싶어 아가씨가 아니었음에도 나는 한사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잔하고 나니, 마누라에게 미안해져서 통닭 한 마리를 샀지요. 이걸 가지고 들어가서 자던 애들과 마누라를 깨워 먹이면 어찌나 잘 먹는지, 그게 그리 보기 좋아요.”

유안진 -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


가끔 맛있는 냄새를 지닌 무언가를 가지고서 지나가는 술취한 아저씨들을 보면 택시안의 저 아저씨같은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느즈막한 시간에 부러 챙겨서 사가는 저 사람들의 훈훈한 가정을 떠올리는건 거의 무조건반사다.

〃선경아, 아빠가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통닭 사왔다. 어서 나와서 먹자〃

가끔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통닭이 생각나곤 한다. 그때 내 아버지는 무엇이 그리도 미안했는지 빈손으로 들어오는 날이 없었다. 늘상 예쁜 막내딸 생각에 무엇이든 사들고 들어왔던 아버지의 모습이 저 어르신의 얼굴에 겹쳐 보인다.

간만에 아버지의 얼굴이 또렷이 생각난다. 기분이 좋다.

2004/12/10 01:38 2004/12/10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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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

2004/11/28 14:54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생리휴가는 일부 찬성합니다. 남여간 신체 구조의 차이는 인정해 줘야 하고. 생리라는건 여자만 겪는 일이기에 남성들은 고통을 모르지요.(저 역시 모릅니다. 네에)
(남여간의 신체구조는 인정해도 군대 문제는 조금 더 다르긴 하지만) 하지만 생리 결석을 공결로 처리하는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네요. 공결일 경우 전 시험의 100% 인정이라던지, 개근상의 경우 순전히 운이 좋아서 타는 상이 아니라, 아파도 어느정도 참고 학교를 나가는게 개근상의 수여 조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게다가 한달에 한번씩 공결로 학교를 빠지면서 개근상이라니 뭔가 웃기지 않습니까.
근데 생리라고 말하는게 그렇게 부끄러운건가요? 유교적 사상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서양적 사상의 유입으로 여성들이 생리 휴가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면서, 뒤로는 쉬쉬하는것도 왠지 웃기네요. 


생리하면 당당하게 생리한다고 밝히는, 독존입니다.
부끄럽지 않습니다 전혀. 자연스러운 현상에 무엇이 부끄러운 일이겠습니까.
며칠전 msn 대화명에 '생리통으로 죽어감' 이라고 해놨더니 한 어르신이 '생리하는게 자랑이냐 그걸 그렇게 드러내놓고 써놓느냐. 너는 비유법도 모르냐' 면서 면박을 주더군요. 대화명을 바꾸어야 겠다는 생각이 약간 들기는 했지만, 그냥 두었습니다. 실제로 아파서 죽어가고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제가 당당히 밝혀도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긴해요.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쉬쉬하는 사람들도 있는게 아닐까요.

솔직히 생리통. 남자분들이 어느 정도 그 고통을 이해하실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출산의 고통에 견줄만 하다고 봅니다. 어쩔 수 없이 회사에 학교에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하아 그 고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한 걸음 떼기도 힘들 정도로 아픈데 어느 세월에 직장으로 학교로 가나. 이런 생각 들면 집밖을 나서는 시점부터가 처절한 고통의 연속입니다. 배를 움켜쥐고 겨우겨우 집밖을 나서도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사람들에게 부대끼고 나면 아주 미쳐버리지요. 생리통을 하면 앉아있기도 서있기도 힙듭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진통제를 복용하고 나서 약간의 진정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건 순간일뿐이지요. 그리고 모든 여성에게 그 진통제가 효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생리 결석/휴가 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생리 결석을 공결로 할 것인가. 그럴 수 없는가. 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보아야 할 지 섣불리 판단이 안되는군요.

우선 기사를 읽어보시고들. 다들 생각해봅시다.
“생리결석, 생리휴가를 달라!” 심규진 기자

2004/11/28 14:54 2004/11/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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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딱지

2004/11/02 16:30

며칠 전부터 엄지손가락 윗부분에 붉으스름한 상처 딱지가 한개 생겼다. 그리 길지 않은 다른편 손톱에 살이 파여지는 바람에 생긴 것이다.

그걸 보며 한참 상념에 빠졌다.
최근들어 상처가 생기면 어릴적처럼 두툼한 상처가 되지 않는다. 그냥 얇은 딱지가 생긴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엔 온몸에 흉물스런 딱지가 몸에 없는 날이 없었던것같다. 자전거 타다 생기고, 얼음땡하다 생기고, 숨바꼭질하다 생기고, 돈까스하다 생기고.. 그런때 생기는 상처들은 늘 큼지막한 상처딱지와 함께 훈장처럼 새겨지곤 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그 딱지가 더이상 몸에서 생겨지지 않은게.
어릴적과는 판이하게 다른 그저 종잇장처럼 얇은 상처딱지. 어릴적의 딱지는 힘으로 떼어낼려야 낼 수 없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의 딱지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떼어낼 수가 있다.

그런것의 차이일까.. 나를 보호하고자 하던 그 상처딱지는 더이상 어릴적의 몸처럼 나를 단단하게 보호하고자 하지 않는것일까..

2004/11/02 16:30 2004/11/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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