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울 것 없는 관계를 맺는 것은 타성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경험에 앞서오는 두려움과 수줍음 때문이다.모든 걸 감수할 준비가 된 자만이 살아있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 릴케
독실한 유대교 신자에 보수적인 제시카. 완벽한 애인을 꿈꾸는 그녀에게 사랑은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자신과 같은 연애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애인을 구하는 구인광고를 냈다. 평소 가장 좋아하던 릴케의 글에 귀가 솔깃해지는 제시카. 하지만 상대는 동성애자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보수적인 제시카는 잠시 용기를 내서 헬렌을 만나기로 하지만 그녀의 그동안의 삶에 비추어보아 너무나 정신이 나간 행동. 카페문을 열고 주저하다 도망을 친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발견한 헬렌. 도망치는 제시카를 우선 붙잡는데 성공한 헬렌. 둘은 여성들만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 헬렌에게 호감을 갖고 연애를 시작하는 제시카. 이건 분명 그녀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성애라니. 주위의 이목을 중시하는 제시카에겐 동성애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런 그녀와 헬렌의 연애 이야기.

#.
대시해오는 조쉬에게 "With Helen" 이라고 확실하게 못박는 그녀, 가족들 모두에게 그녀가 동성을 사랑하고 있음을 당당하게 밝히게 된 그녀. 의 모습.

#.
결말. 하지만 그게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이리라. 동화속의 결말처럼 ever after 라는 형식으로 끝났다면 오히려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과 상반되는 것이었겠지. 하지만. 아쉽기는 하다. 

#.
"Oh, well, don't decide right now. Just let it $2 for a while."
"당장 결정말고 숙성시켜봐요"

조쉬. 음식 이외의 것에 '숙성시키다' 라는 동사를 써본 적 있어요?
그것이 만남을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쓰이는 것으로.
마음에 들었어.

#.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1997년 가을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먼저 올랐다. 악몽 같은 데이트를 그려보면 어떨까라는, 이 영화 속 두 주인공 제니퍼와 헤더의 아이디어가 희곡으로 옮겨진 것. 작가 워크샵에서 만난 그들은, 연극이 큰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자, 자신들이 쓴 희곡을 직접 영화화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이 신선한 발상은 곧, 유쾌하고 색다른 사랑을 시도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그로부터 4년 후. 그들이 쓴 각본은, 전혀 상반된 두 여자의 관계를 통해 독특한 사랑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아주 특별한 영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를 탄생시켰다.니들이 로맨틱 코미디를 아냐며 콧방귀를 뀌던 제작자들 덕분에 영화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제니퍼와 헤더는 작가, 배우, 프로듀서로서의 1인 3역을 해내며 결국 영화를 완성시켰다.

#. 제작정보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Kissing Jessica Stein 2001 US ★★★★☆
로맨스, 코미디 / 미국/  96분 / 2002 .11.08 개봉
감독 : 찰스 허만 웜펠드 / 각본 : 헤더 유르겐센 제니퍼 웨스트펠트
출연 : 제니퍼 웨스트펠트 헤더 유르겐센 쿠퍼 스콧 코헨


2004/11/10 15:37 2004/11/10 15:37

(#Hashtag) 같은글

21그램 21 Grams 2003 US ★★★★

2004/09/24 00:29

#. 당신의 삶은 어떠한가요
질문1. 삶은. 계속 됩니까. 어느때에라도
질문2. 신은 죽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3. 내 생에 단 한 번의 임신의 기회,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질문4. 살인에까지 이르게 한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질문5. 심장이식을 받았습니다. 기증자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싶습니까.
질문6. 기증자가 사랑하던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을 어느만큼 신뢰할 수 있습니까.
질문7. 내가 사랑하던 사람의 심장을 가진 사람을 만났습니까.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을 어느만큼 신뢰할 수 있습니까.
질문8. 죄책감때문에 어떤 명목에라도 죄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수도없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
교차편집의 대가. 스티븐 미리온은 이번에도 내게 편집의 마력속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영화의 도입부. 트래픽을 떠올린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거친 촬영. 거친 내용. 거친 편집. 영화는 시종일관 거칠다. 갖갖은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는 이에 기반한다. 거칠지 않았다면 이만큼 만족스런 영화는 나올 수 없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
여러 내용, 같은 장면. 하지만 그 장면의 이유는 마지막에야 연결고리를 알 수 있다.
왜지? 왜. 무엇인가. 이 장면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끝까지가야만 알 수 있는 내용. 퍼즐의 즐거움. 메멘토의 추억.

#.
무엇이 21그램일까.
그가 피우는 담배의 무게?
그녀가 취하게 만드는 약의 무게?
그의 양심의 무게? 그의 신앙의 무게?
마지막 나래이션이 없었더라면 조금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을텐데..

#.
열여섯부터 죄를 지어온 그 사람은 교회안에서의 신앙생활로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느꼈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속이고 있었던 것일까.
그의 마지막 선택은 양심이 이끈 것이었을까, 신앙의 힘이었을까. 아니면 그를 구원한 신이 이끈 것일까..
죽음의 클럽안에서 그 사람은 슬펐을까. 그러한 상황에 비참해하였을까.
새로운 삶에 새로운 생명에 그녀는 삶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여전히 삶은 지속되지 않는다고 생각할까.
교통사고에 의한 삶, 죽음, 고통. 여전히 계속되는 우리들의 이야기.

#.
극도로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란 생각만큼 쉽지않은 작업이다. 단순한 사건만을 연결하면 감정의 연결이 끊길 수도 있고, 그렇다고 그 사건에 감정을 약간이라도 섞게 되면 전체적인 냉정함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90프로의 냉정함을 보여주는 철저한 연출에 최고의 점수를 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본다면 단순 신파로 갈 수 있는 영화를 이렇게 철저하게 냉정하게 만들 수 있다니. 대단하다.

#.
구약의 신은 응징 복수의 신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면 신약의 신은 용서의 신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하지만 신약의 요한계시록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계시록에서 보여주는 신은 용서의 신으로 보기보다는 응징의 신으로 보는 편이 옳다.
그는 회계를 함으로써 용서의 신과 함께 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죄로 인해 그는 신을 버리고 방황한다.
자살을 선택하는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내가 만약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
사람은 죽는 순간, 21그램의 무게가 빠진다고 한다.
그 21그램은 무엇일까.
영혼의 무게? 영혼? 영혼?
무엇일까.

#.
영화는 시종일관 삶에 대해 묻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되는 그 사람은, 삶은 지속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회계를 하던 그 사람의 부인은 모든 일을 신에게 묻는 그를 보고 말한다.
신이 있건 없건, 삶은 계속된다.
당신은 삶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리는가.

#.
영화가 끝나고 생각나는 음악.
Somewhere over the rainbow. - Queen
Right here waiting for you. - Richard Marx
내게 강같은 평화.

스포일러


#. 제작정보
21그램 21 Grams 2003 US ★★★★
범죄, 스릴러, 드라마 / 미국 / 126분 / 2004 .10.23 개봉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음악 구스타보 샌타올라라
출연 숀 펜 ,나오미 왓츠, 베니치오 델 토로


2004/09/24 00:29 2004/09/24 00:29

(#Hashtag) 같은글

케이 펙스 K-Pax 2001 US ★★★★

2003/10/04 00:03

#.
넓은 우주의 시야로 봤을 때, 인간들이 쳐놓은 법이라는 테두리와 온갖 사회상규는 지나치게 협소해 보인다. 이분법적인 사고로 되어있는 이 사회에 대한 반기인가 아니면 그저그런 이야기인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외계 행성 K-Pax.

#.
기차역에서 정신이상자로 몰려 체포되어 정신병원으로 직행하게 된 프롯. 그는 자신이 행성 K-pax 에서 온 외계인이며, 광속으로 자주 오간다는 진술을 늘어놓는다. 당신이 진정 외계인이라면 어떻게 모습이 인간과 똑같을 수 있느냐는 담당의의 말에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물방울이 왜 동그란지 아십니까? 그건 그 입자가 유지될 수 있는 최고의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에서 활동을 하려면 지구인에 맞게 제 몸이 변형되는 것이지요. 그렇기때문에 저는 지금 지구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호홋! 멋진 진술!
나사 과학자들 중에서도 두세명의 박사만이 알고 있으며 정확한 존재에 대한 논거가 부족하여 밝히지 못한 K-pax 에서 왔다는 그의 말에 담당의 마크는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그가 늘어놓는 말들이 모두 논리정연하며 또한 박사들도 그 논거를 정확히 밝히지 못한 K-pax 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을 해주는 그를, 정신병자로 치부해버리기에는.. 그는 너무 정상적이다!
프롯이 같은 병동에 있는 정신병자들을 치료해주는 과정을 지켜보는 마크는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프롯에 대해 질투심을 느끼며, 환자인 당신은 내 담당환자에 대해 치료행위를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자 프롯이 말한다. 왜 의사와 환자를 나누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계속해서 같은 병동의 동료들과 친분을 나누며 지내던 프롯은 어느날 K-pax 로 돌아간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자 그의 행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이 그와 함께 그 행성으로 가고자 애원을 한다. 프롯은 말한다. 내가 돌아갈 때, 단 한명만이 같이 갈 수 있다고. 그러자 모두들 그와 함께 가고 싶어서 프롯의 말에 열중하며 더욱더 그의 말에 따르게 된다.
어느 날 프롯을 집으로 초대한 마크는, 스프링쿨러와 물에 대해 극도의 혼란을 느끼는 프롯을 보고 그가 지구인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어떤 계기가 그를 혼란에 빠뜨리게 했는지 추적해보기로 결심한다.
최면치료로 들어간 마크와 프롯. 최면상태에서 프롯은 마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만 자신의 실명은 절대로 밝히지 않는다. 프롯의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사건을 접하게 되고 결국 마크는 프롯의 아픔을 알게된다.

#.
언뜻보면 이 작품은 환자와 의사에 대한 이야기 + 외계에 대한 과학적인 이야기 + 스릴러 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 제작정보
케이 펙스 K-Pax 2001 US
SF,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독일 / 120분 / 2003 .09.19 개봉
감독: 이안 소프틀리
출연: 제프 브리지스 메리 맥코맥 케빈 스페이시


2003/10/04 00:03 2003/10/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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