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내나는 사랑의 향기
잔잔한 감동이 물결치듯 넘쳐흐른다.
스스로도 예상하지 않았던 영화에서 얻은 예상외의 반응.
어느 누구와 보더라도 좋을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던.
(솔직히 이 문장 별로 쓰고 싶지 않았지만. 정말. 그러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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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 박해일의 손짓 하나에도 자지러지는 여성 관객들의 반응이 최고로 웃겼다. 솔직히 박해일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그 이중적인 모습때문에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그런 모습이 느껴지지 않아 충분히 그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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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면. 고두심의 절규. 남편이라는 사람이 허구헌날 빚보증을 서더니만 전세자금에 딸애 등록금까지 날려버린 상황.
'다음에라도 또 갈 수 있다더라. 난중에. 난중에. 가라'
빚보증으로 번 돈은 모조리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가는 아버지와 떼밀이(그녀의 표현으로 하자면 목욕관리사)로 벌이를 하는 저속한 표현을 상용하는 어머니, 그런 부모를 보며 늘상 부모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딸. 이 세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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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등쌀에 단 한번도 제대로 등을 펴고 살아보지 못한 듯한 아버지가 어느날 '이젠 쉬고 싶다' 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그런 아버지가 못내 걱정스러운 딸은 꿈에 그리던 뉴질랜드로의 출국을 뒤로하고 아버지가 계실지도 모르는 제주도로 향한다.
'저기요 하리가 어디에요?'
마법의 말.
순간부터 시점은 부모님이 첫사랑을 나누던 그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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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도 못하는 편지를 유학간 동생에게 늘상 붙여달라고 요구한 이유는 단 한가지, 우편배달부인 그를 만나고 싶어서이다. '찌르릉 찌르릉' 소리가 나면 그녀는 맨 먼저 손에 물을 묻힌다.
'여기 서명좀 해주세요'
'제가 손에 물이 묻어서...'
'네. 성함이 조.연.순. 씨 맞죠? '
'네..'
처음엔 그녀의 이름을 외워달라는 그런 마음이 담겨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내 이야기를 듣다보면 - 물론 그런 마음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 글을 모르는 그녀였기에 그렇게 행동을 하였던 것.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럽다. 순진무구한 사랑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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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동네아주머니가 전보를 보내야하는데 그만 우체부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지 못해서 발을 동동 거리고 있다. 딸 '나영' 이 어머니를 위해 그 전보를 받아 들고서 연순에게로 향한다. 들뜬 마음으로 우체국으로 가는 연순. 쌀쌀맞게 어디로 보내는지 쓰시라 는 우체국 여직원의 말. 혹여나 진국을 볼 수 있을까 싶어 한걸음에 달려온 연순으로썬 의기소침해지는 상황. 밖으로 나가서 진국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전보를 다 치고 나서 우체국에서의 일이 끝나버린 연순은 섭섭한 마음을 뒤로 한채 집으로 향하려는 찰라 진국이 등장한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함께 하리로 향하는 중, 연순은 자신도 모르게 본인이 까막눈이라는 사실을 말하게 된다.
"제가 가르쳐 드릴께요..."
둘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는 그렇게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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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관객의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흘러가는 대로 내 감정을 내맡길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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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쳐다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진국. 그렇게 떠나가는 진국을 멀리에서 발견하고는 꾹 마음을 억누르고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연순. 아픔을 참지 못한채 바다속에서 울분을 토해내던 그녀가 실신을 한다. 죽는 사람도 살린다는 그 '물' 을 떠와서 그녀를 향한 사랑을 묵묵히 보여주는 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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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장면도 버릴 것이 없다. 모든 출연진의 연기가 너무도 훌륭하고 그 배역에 너무 잘 녹아들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을 일게 하는 장면이 단 한 장면도 없었다. 사랑의 풋풋함을 너무도 잘 표현해낸 감독님께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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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순씨가 읽어주는 인어공주 꼭 듣고 싶었는데..'
결국. 읽어주었을까..

#. 여담
크레딧에 보니 원안이라고 나온다. 이 영화가 원안이 있었나? 찾아보니 그저 인어공주 원안 권혜원.으로밖에는 안나온다. 공모작품이었나 싶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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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알고보니 역시나 '조성우' 선생님. 훌륭하다. 크레딧에 piano 이루마. 로 나오던데. 호오. 음악에 신경을 많이 쓰셨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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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CG 작업에 상당한 노가다를 하셨어야 할텐데. 1인 2역일 경우 편집도 힘들겠지만 CG 또한.. 특히나 연순을 마중나간 나영. 둘이서 같이 뭍으로 올라오는 장면은 CG 가 상당히 힘들었을듯. 어디 한군데 어색한 곳없이 매끄럽게 진행된 건 편집과 CG 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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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 어린 외삼촌으로 나온 강동우군의 맛깔스런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계속해서 생각난다.

#. 제작정보
인어 공주 My Mother The Mermaid 2004 KR ★★☆
드라마, 판타지/  한국 / 110분/  2004 .06.30 개봉
감독: 박흥식
출연: 전도연, 박해일, 고두심
관람일 : 2004. 6. 10


2004/06/16 01:52 2004/06/16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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