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코미디/ 한국 / 116분/ 2004 .05.05 개봉 감독 : 임찬상 출연 : 송강호, 문소리, 이재응
강남CGV
한국민주주의의 암흑기였던 격동의 60~70년대를 효자동에서 보낸 한 이발사를 중심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그 시절의 암울함을 발랄하게 보여줌으로써 젊은이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을 영화적으로 표현해준다.
감상문
때는, 1960년. 나라가 하는 일은 항상 옳다고 믿는 남자 성.한.모. 3.15 부정선거때도 나라가 하는 일이기때문에 옳다고 믿고 동네 통반장인 최씨가 시키는대로 선거부정을 돕는다. 사사오입이 무슨뜻인지를 몰라 최씨가 일러준대로 '뱃속에 아이는 다섯달이 되면 나아야된다' 는 것을 평생토록 그 말인 줄로 알고사는, 글자도 모르고 세상돌아가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누가 하는 말이 옳다 하면 다 믿는 그런 어리숙하고 순박한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이발. 하나다.
시간은 흘러 5.16 이 지난 70년대 어느 날. 청와대에서 내려옴직한 한 사내가 한모에게 밤 12시에 수상한자가 나타날테니 발견즉시 신고하라 는 명령을 내리고는 가버린다. 성한모. 나라가 시키는 일인데 코골고 자고 있을 위인이 못된다. 밤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가게 주변을 조심스레 둘러보던 중 기와위에서 다른 집을 염탐하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발견 '즉시' 종로경찰서로 가서 간첩신고를 하게된다. 하지만 이것은 알고보니 중앙정보부장을 골탕먹이려는 경호실장의 농간이었다. 덕분에 투철한 감시정신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장을 받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대통령의 이발을 맡게 된다.
영화는 9할이상 송강호에게 치중된다 송강호. 연기 잘하는거 한국영화 보는 사람들중에 모르는 사람 없다. 연기 잘하고, 매력있다. 그런데, 헐리우드 액션영화도 아니고. 송강호에 대한 비중이 너무 큰거아닌가. 주인공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극을 끌어가는 힘은 주인공의 연기력보다는 시나리오의 힘이 필수다. 그런데, 그 시나리오가 너무 평범하다. 모든것이 주인공의 연기력으로 유발시키는 유머이다. 그런것도 한두번이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의 연기력만으로 유지하기에는 116분은 짦은 시간이 아니다.
시대를 감안하고서라도 성한모는 지나치게 비굴하다 시놉을 놓고 보더라도 성한모는 평범하고 순박한 이발사이다. 그 시대가 '방구 뿡 뀌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라고 아첨하는 시대였으니 각하한테 한없이 낮아지는건 이해할 수 있다. 또 벨이 꼬이긴 하지만 경호실장 장혁수에게도 비굴해지는거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라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3.15 투표용지를 땅속에 뭍는 걸 연탄장수에게 들켰다고 그에게 늘 비굴해지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되려 당당해야 하는거 아닌가.
어처구니 없는 도사(道士)설정 아들 낙안이는 아버지 성한모에 의해 간첩혐의를 얻고 중앙정보부 고문실로 끌려가게 되고, 전기고문에 의해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다. 바보같은 아버지때문에 다리가 불구가 된 아들을 위해 용한 의원을 찾아 사방팔방 다니다가, 못고치는 사람이 없다는 용한 도사를 찾아간다. 눈물겨운 고생끝에 도사를 찾지만, 도사는 몸의 병은 자신이 고치겠지만 마음의 병은 자네가 고치라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선지자처럼 나오는 도사의 설정이다. 어설픈 도사 한 명이 등장해서는 황당한 말을 남기고서는 홀연히 사라진다. "이 아이는 이상한 업보를 타고났어. 애 이름이 이상해. 애 이름은 원래 고생을 하지 않고 살 이름이야 그런데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은 강건너편 용이가 용이 되어버렸어 그래서 이 애가 그 업보를 이어 받는 것이지. 그러니까 몇 년 후에 용 한마리가 죽으면 국화꽃 차를 타고 장례를 치를 것이야. 그 용의 눈을 파다가 국화꽃 건진거랑 다려서 먹이도록 해. " 대통령이 죽을 것을 미리 예견하는 것처럼 나오는 설정과 지나친 은유법으로 되려 관객으로 하여금 실없는 웃음이 나오게 한다.
성한모의 집앞에서 멈춰서 넘어가지 않는 장례차 초상화의 눈동자에서 물감을 긁어다가 통에 담다가 누군가가 다가오자 그 통을 삼키는 성한모. 집으로 돌아와서 그 통을 다시 밑으로 빼는 과정에서 장례행렬이 성한모의 집앞을 지나간다. 그런데 그 밑으로 빼는 과정에서 장례차가 움직이질 않는 것이다. 끄응 한번 하면 차가 앞뒤로 흔들거리고 또 끄응 하면 앞뒤로 흔들거리다가 끙! 하자 차가 그제서야 움직이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차라리 영화장르를 판타지 코믹물로 하던가.
지나치게 의도된 눈물샘 드디어 그 도사가 시킨대로 용의 눈과 국화꽃을 다려서 낙안이에게 먹인다. 당연히 의도대로 감동적이긴 하다. 하지만 감동을 작위적으로 만들어내다 보니 관객에게 너무 뻔한 눈물만 자극한다. 무의식적인 감동이 아니라 너무 뻔한 감동이라는 것이다.
억센 경상도 아줌마 김민자 이 영화에서 그나마 다행인것은 민자 캐릭터나마 작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걸죽한 경상도 사투리와 몸빼바지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민자역의 문소리는 이 영화의 유일한 히로인이다. 미안하게도 송강호는 9할이상의 역할을 소진하느라 성한모로써의 매력이 너무도 많이 떨어지고 말았다. 정치적인 부분을 코메디로 엮었기 때문에 - 블랙코메디가 아닌 - 내공이 별로 필요치 않았던 것은 아닐텐데... 임찬상감독에겐 미안하게도 이 영화는 신인감독치곤 지나치게 평이한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대통령 박정희에게 호감이 없는 독존. 주요 출연이 박정희 대통령이다보니 유심히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박정희 대통령이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식으로 느껴진다. 이발이라는 인간으로써의 모습만 비춰져서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으나. 느낌에 박정희가 미화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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