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눈을 감고 지금 들은 속상한 말을
머릿속에 또박또박 타이핑 하듯 한 글자씩 써봐.
한 자도 빼지 말고 다 써야 해.
그럼 지금부터 눈동자가 지우개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우개를 움직여서 한 글자씩 지워나가.
옆으로 문질러 지워도 되고, 위 아래로 문질러 지워도 돼.
초등학교 때 하던대로 빡빡 문질러 깨끗이 지우고 눈을 떠!'
지우개 가루를 털어준다며
내 뒤통수 부분을 털어내는시늉을 할 때 웃었지만
사실은 깜짝 놀랐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뜻밖에 아주 도움이 되었다.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지우개로 말끔히 지운 것처럼...
그리고 한 글자씩 떼어서 읽어보니
내게 상처를 입혔다고 생각했던 그 말이
실은 의미 없는 음절들의 조합에 지나지 않았다.
- 곽세라의 '인생에 대한 예의' 중에서 -
당신을 무척 속상하게 했던 미운 그 말,
아직도 상처 입었다고 생각하는 기억 속의 그 말들을
지금 당장 눈동자를 굴리며 쓱쓱 말끔히 지우세요.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 누구도 당신의 존엄을 해칠 수 없습니다.
- 사색의 향기, 200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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