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구 인 1. 최상철 외 168인 2. 정재명 (2004헌마 566) 보조참가인 임만수 외 229인
주 문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2004. 1. 16. 제정 법률 제7062호)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1)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2004. 1. 16. 공포되어 같은 해 4.17. 부터 발효되었다. 이 법률에 근거하여 발족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2004.7.21. 주요 국가기관 중 중앙행정기관 18부 4처 3청(73개 기관)을 신행정수도로 이전하고, 국회 등 헌법기관은 자체적인 이전 요청이 있을 때 국회의 동의를 구하기로 심의·의결하였다. 한편 2004.8.11. 위 위원회는〃연기-공주 지역〃(충청남도 연기군 남면, 금남면, 동면, 공주시 장기면 일원 약 2160만평)을 신행정수도 입지로 확정하였다.
(2) 청구인들은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국민들로서, 위 법률이 헌법개정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도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므로 법률 전부가 헌법에 위반되며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납세자의 권리, 청문권, 평등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위 법률을 대상으로 그 위헌의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3. 주 문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헌법에 위반된다.
4. 결정의 요지 외
4. 결정의 요지 가. 이 사건 법률의 내용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수도는 국가권력의 핵심적 사항을 수행하는 국가기관들이 집중 소재하여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실현하고 대외적으로 그 국가를 상징하는 곳을 의미한다. 이 사건 법률은 신행정수도를 〃국가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로 새로 건설되는 지역으로서……법률로 정하여지는 지역〃이라고 하고(제2조 제1호), 신행정수도의 예정지역을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을 위하여 ……지정·고시하는 지역〃이라고 규정하여(같은 조 제2호), 결국 신행정수도는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 행정기관들의 소재지로서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가 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은 비록 이전되는 주요 국가기관의 범위를 개별적으로 확정하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그 이전의 범위는 신행정수도가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정도가 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은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로서 헌법상의 수도 개념에 포함되는 국가의 수도를 이전하는 내용을 가지는 것이며, 이 사건 법률에 의한 신행정수도의 이전은 곧 우리나라의 수도의 이전을 의미한다.
나. 수도가 서울인 점이 우리나라의 관습헌법인지 여부 (1) 성문헌법 체제에서의 관습헌법의 의의 우리나라는 성문헌법을 가진 나라로서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전(憲法典)이 헌법의 법원(法源)이 된다. 그러나 성문헌법이라고 하여도 그 속에 모든 헌법사항을 빠짐없이 완전히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한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간결성과 함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형식적 헌법전에는 기재되지 아니한 사항이라도 이를 불문헌법(不文憲法) 내지 관습헌법으로 인정할 소지가 있다. 특히 헌법제정 당시 자명(自明)하거나 전제(前提)된 사항 및 보편적 헌법원리와 같은 것은 반드시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아니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헌법사항에 관하여 형성되는 관행 내지 관례가 전부 관습헌법이 되는 것은 아니고 강제력이 있는 헌법규범으로서 인정되려면 관습헌법의 성립에 요구되는 요건들이 엄격히 충족되어야 한다.
(2) 기본적 헌법사항으로서의 수도문제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을 표현하는 실질적 헌법사항의 하나이다. 여기서 국가의 정체성이란 국가의 정서적 통일의 원천으로서 그 국민의 역사와 경험, 문화와 정치 및 경제, 그 권력구조나 정신적 상징 등이 종합적으로 표출됨으로써 형성되는 국가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수도를 설정하거나 이전하는 것은 국회와 대통령 등 최고 헌법기관들의 위치를 설정하여 국가조직의 근간을 장소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서, 국가생활에 관한 국민의 근본적 결단임과 동시에 국가를 구성하는 기반이 되는 핵심적 헌법사항에 속하는 것이다.
(3) 수도 서울의 관습헌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우리 헌법전상으로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명문의 조항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서울은 사전적 의미로 바로 〃수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1392년 조선왕조가 창건되어 한양이 도읍으로 정하여진 이래 600여년간 전통적으로 현재의 서울 지역은 그와 같이 일반명사를 고유명사화하여 불러온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서울 지역이 수도인 것은 그 명칭상으로도 자명한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성립 이전부터 국민들이 이미 역사적, 전통적 사실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대한민국의 건국에 즈음하여서도 국가의 기본구성에 관한 당연한 전제사실 내지 자명한 사실로서 아무런 의문도 제기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 후에도 수차의 헌법개정이 있었지만 우리 헌법상으로 수도에 관한 명문의 헌법조항은 설치된 바가 없으나, 서울이 바로 수도인 것은 국가생활의 오랜 전통과 관습에서 확고하게 형성된 자명한 사실 또는 전제된 사실로서 모든 국민이 우리나라의 국가구성에 관한 강제력 있는 법규범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나) 수도 서울의 역사적 존속 경위 1) 조선의 창건과 서울의 수도설정·계속 서울은 일찍이 고려시대에 남경(南京)이 설치되어 고려의 이른바 삼경제를 이루는 지방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으며 조선왕조의 창건 직후 곧 수도가 되었다. 한양, 즉 서울의 수도로서의 지위는 성종 때에 완성된 조선의 기본법전이었던 경국대전(經國大典)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경국대전에는 한성부가 경도(京都), 즉 서울을 관장한다고 명시하여 한성의 수도로서의 지위를 법상 분명히 하였다. 이러한 경국대전의 내용은 개정됨이 없이 조선왕조가 존속한 500여년의 장구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국가생활의 기본적인 최고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유지하였다.
2) 일제 강점시대의 서울의 수도성 유지 1910.8. 한일합방에 의하여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하는 상황이 시작되었으나 이후에도 경성부(京城府), 즉 서울은 우리나라의 행정중심지로서의 역할을 계속하였으며, 국권을 상실한 상황에서 1919.3.1. 민족대표들에 의하여 우리나라의 독립이 선언된 곳이기도 하였다. 비록 일제의 국토 강점으로 인하여 국가조직이 와해된 상태에 있었지만 서울은 우리나라의 수도로서의 대외적인 상징성을 유지하였고 임시정부에서도 서울의 수도성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항일활동조직을 편성하였으며 국민들의 의식도 변화가 없었으므로 서울의 수도성은 이 시기에도 사실상 유지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3) 해방과 건국 이후 현재까지의 서울의 수도성 유지 해방 이후 서울이 수도인 것을 언급하는 법률조항들이 계속 존재하여 왔으나, 이들은 서울이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수도라는 점을 이미 존재하는 규범적 전제로서 받아들이면서 이를 기준으로 수도 서울의 특별한 지위를 법률적으로 설정하기 위한 조항들이었고, 법률의 차원에서 서울이 수도인 점을 확정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의 이러한 입법의 상황을 살펴보아도 서울이 수도인 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전통적인 법적 확신이 확인된다.
(다) 그렇다면 수도가 서울로 정하여진 것은 비록 우리 헌법상 명문의 조항에 의하여 밝혀져 있지는 아니하나, 조선왕조 창건 이후부터 경국대전에 수록되어 장구한 기간 동안 국가의 기본 법규범으로 법적 효력을 가져왔던 것이고, 헌법제정 이전부터 오랜 역사와 관습에 의하여 국민들에게 법적 확신이 형성되어 있는 사항으로서, 우리 헌법의 체계에서 자명하고 전제된 가장 기본적인 규범의 일부를 이루어 왔기 때문에 불문의 헌법규범화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라) 이를 관습헌법의 요건의 기준에 비추어 보면,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것은, 서울이라는 명칭의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 이래 600여년간 우리나라의 국가생활에 관한 당연한 규범적 사실이 되어 왔으므로 오랜 전통에 의하여 형성된 계속적 관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계속성), 이러한 관행은 변함없이 오랜 기간 실효적으로 지속되어 중간에 깨어진 일이 없으며(항상성),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개인적 견해 차이를 보일 수 없는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고(명료성), 나아가 이러한 관행은 장구한 세월 동안 굳어져 와서 국민들의 승인과 폭넓은 컨센서스를 이미 얻어(국민적 합의) 국민이 실효성과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는 국가생활의 기본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하여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다. 〃수도 서울〃의 관습헌법 폐지를 위한 헌법적 절차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에 대한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개정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성문의 수도조항이 존재한다면 이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이 필요하겠지만 관습헌법은 이에 반하는 내용의 새로운 수도설정 조항을 헌법에 넣는 것만으로 그 폐지가 이루어진다. 예컨대 충청권의 특정지역이 우리나라의 수도라는 조항을 헌법에 개설하는 것에 의하여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은 폐지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헌법규범으로 정립된 관습이라고 하더라도 세월의 흐름과 헌법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에 대한 침범이 발생하고 나아가 그 위반이 일반화되어 그 법적 효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상실되기에 이른 경우에는 관습헌법은 자연히 사멸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멸을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국민에 대한 종합적 의사의 확인으로서 국민투표 등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고려될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에 이러한 사멸의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인 것은 우리 헌법상 관습헌법으로 정립된 사항이며 여기에는 아무런 사정의 변화도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헌법개정의 절차에 의하여야 한다.
라. 국민투표권의 침해 여부 수도의 설정과 이전의 의사결정은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기본적 헌법사항으로서 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이 스스로 결단하여야 할 사항이다. 또한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 절차에 의하여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수도를 충청권의 일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이 사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헌법개정 사항을 헌법보다 하위의 일반 법률에 의하여 개정하는 것이 된다.
한편 헌법의 개정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되어(헌법 제128조 제1항)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따른 국회의 의결을 거친 다음(헌법 제130조 제1항) 의결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만(헌법 제130조 제3항)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헌법의 개정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야만 하므로 국민은 헌법개정에 관하여는 찬반투표를 통하여 그 의견을 표명할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은 헌법개정 사항인 수도의 이전을 위와 같은 헌법개정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단지 단순법률의 형태로 실현시킨 것으로서 결국 헌법 제130조에 따라 헌법개정에 있어서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의 행사를 배제한 것이므로 동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5. 결 론 청구인들이 제기한 다른 쟁점들에 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이, 수도의 이전을 확정함과 아울러 그 이전절차를 정하는 이 사건 법률은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불문의 관습헌법 사항을 헌법개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법률의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어서 그 법률 전체가 청구인들을 포함한 국민의 헌법개정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6. 재판관 김영일의 별개의견 요지 이 사건 법률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인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별개의견의 요지이다.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가 규정하는 국방·통일 및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하므로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의 대상이 된다. 대통령이 어떠한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행위는 자유재량행위이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원리는 어떠한 공권력의 작용이라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요구하므로 대통령의 국민투표 부의행위가 자유재량행위라고 하더라도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재량권의 근거규범인 헌법 제72조에 위반된다.
대통령이 수도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지 아니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의 입법목적과 입법정신에 위배되고 자의금지원칙과 신뢰보호원칙에 반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헌적인 것이 된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한다면 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대통령은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을 국민투표에 부칠 의무가 있다. 이에 국민은 위 대통령의 의무에 상응하는 권리인 국민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은 국민투표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도이전의 의사결정을 한 것이어서 국민투표를 확정적으로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
수도의 위치가 관습헌법 규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가사 다수의견과 같이 관습헌법 규범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이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나아가 헌법 제130조보다는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의 위헌성을 확인함이 보다 타당하다.
7.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 요지 가. 나는 다수의견의 논지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1) 우선 오늘날의 헌법에서 과연 한 나라의 수도의 위치가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를 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수도의 소재지는 국가 정체성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었으나, 자유민주주의와 입헌주의를 주된 가치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의 통제와 합리화를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실현하려는 것이 그 근본 목적이다. 수도의 소재지가 어디이냐 하는 것은 그러한 헌법의 목적 실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그러한 목적 실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항이라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헌법상 수도의 위치가 반드시 헌법제정권자나 헌법개정권자가 직접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2) 〃서울이 수도〃라는 관행적 사실에서 〃관습헌법〃이라는 당위규범이 인정되기 어렵다.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오랫동안 우리 민족에게 자명하게 인식되어 온 관행에 속한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그것을 강제력 있는 법규범으로 확신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우리 국민들에게 수도의 위치가 성문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지니는, 즉 헌법개정 절차에 의해서만 개정되어야 할 정도의 법적 확신이 존재하여 왔다고 볼 수 없다. 수도이전 문제는 최근에야 우리 사회의 주된 쟁점이 되었고, 이 사건 법률의 입법과정에서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수도이전 사안이 국민의 헌법적 확신을 지니는 헌법사항이라든가, 그 개정은 헌법개정 절차를 통하여야 하므로 입법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든가 하는 점에 관한 인식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므로 〃서울이 수도이다〃라는 사실로부터 〃서울이 수도여야 한다〃는 헌법적 당위명제를 도출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있는 것이다.
(3) 성문헌법을 지닌 법체제에서,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동일한〃 혹은 〃특정 성문헌법 조항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효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 성문의 헌법전은 헌법제정권자인 국민들이 직접 〃명시적〃 의사표시로써 제정한 것으로서 국가의 법체계 중 최고의 우위성을 가지며, 그 내용의 개정은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점에서, 관습헌법과 성문헌법은 동일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성문헌법의 특징은 최고 법규범으로서 모든 국가권력을 기속하는 강한 힘을 보유하는 것인데, 이는 국민주권의 명시적 의사가 특정한 헌법제정 절차를 거쳐서 수렴되었다는 점에서 가능하다. 관습만으로는 헌법을 특징화하는 그러한 우세한 힘을 보유할 수 없는 것이다.
성문헌법 체제에서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에 대한 보완적 효력만을 가진다. 성문헌법이 존재하는 한,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으로부터 동떨어져 성립하거나 존속할 수 없고, 항상 성문헌법의 여러 원리와 조화를 이룸으로써만 성립하고 존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헌법적 관행에 의해서 성문헌법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게 되고 성문헌법전보다 불문적인 헌법의 관행예가 우선하고 국가생활을 지배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법리는 관습헌법의 내용이 중요한 〃헌법사항〃이라 하더라도 동일하다. 국민들은, 설령 헌법제정시 자명한 사실이어서 성문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사항이 있더라도, 언제든지 그러한 사항을 성문헌법전에 수록할 수 있는 헌법개정 권력을, 자신의 대표자와 국민투표를 통하여 행사할 수 있고, 이로써 성문헌법의 효력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마치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한 아무리 처벌필요성이 있는 사항도 처벌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성문헌법에 규정되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법적 효력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4) 다수의견은 관습〃법률〃이 아닌 관습〃헌법〃은 〃헌법〃이므로 그 변경은 헌법개정 절차를 통해야 한다고 하나, 이는 형식적 개념논리만 강조된 것이다. 〃관습헌법〃이란 실질적 의미의 헌법사항이 관습으로 규율되고 있다는 것을 뜻할 뿐이며, 관습헌법이라고 해서 바로 성문헌법과 똑같은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성문헌법의 강력한 힘은 국민주권의 명시적 의사가 특정한 헌법제정 절차를 거쳐서 나왔기 때문인데, 관습은 그러한 명시적 의사나, 특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정되므로 성문헌법과 같은 효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
다수의견은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국민이 스스로 결단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하나,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와 한글의 경우도,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과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에서 규율되고 있는데, 그러한 규정 형식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
수도와 같은 관습헌법의 변경을 헌법개정으로 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의 개정은 〃형식적 의미〃의 헌법, 즉 성문헌법과 관련된 개념이다. 헌법제정권자가 헌법개정을 일반 법률절차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한 이유는, 헌법전에 규정된 내용이 주권자의 의지의 명시적 표명으로서 이를 함부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헌법에 들어있지 않은 헌법사항 내지 불문헌법의 변경은 헌법의 개정에 속하지 않으며, 우리 헌법이 마련한 대의민주주의 절차인 법률의 제정, 개정을 통하여 다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국회가 수도이전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민의를 대변하지 않고 당리당략적으로 입법한 것이라면, 그것이 헌법과 국회법 절차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러한 입법의 궁극적 책임은,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야 하는 대의기관에 불과한 이상, 그러한 입법부를 구성한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다수의견의 논지에 따르면 아무리 국회가 이 사건 법률 제정과정에서 공청회와 청문회 등 충분한 국민의사 수렴절차를 거쳤고, 국회의원 전원일치로 법률이 통과되었더라도, 헌법개정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위헌이 되는데, 그러한 결론이 타당하리라 보기 어렵다.
(5)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의 변경은 헌법개정에 의해야 한다면, 이는 관습헌법이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입법권을 변경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관습헌법에 대하여 국회의 입법권보다 우월적인 힘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제40조)고 규정하며, 헌법에 달리 규정이 없는 한 국회의 입법권은 포괄적 대상을 지닌다. 입법권의 주체는 다름아닌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대의기관이며, 헌법은 국민주권과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대의제를 기본형태로 채택하고,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표기관이 입법작용을 통하여 그 이념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수도이전과 같은 관습헌법의 변경의 경우, 별도로 이를 제한하는 헌법규정이 없는 경우에 왜 국회의 입법으로 불가능한 것인지 실질적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많은 나라에서 의회가 국민투표 없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데, 이는 의회가 다름아닌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주권의 대행기관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법률은 투표의원 194인 중 찬성 167인(반대 13인, 기권 14인)으로 재적 과반수와 출석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었는데, 그러한 입법이 국민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다는, 혹은 민의를 배신하였다는 정치적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별도로 하고, 적어도 헌법적 측면에서 그것이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아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한 결론은 관습헌법으로써 국회의 헌법상의 입법권한을 부인하는 것이고, 이는 헌법을 변경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관습에 의한 헌법적 규범의 생성은 국민주권이 행사되는 한 측면인 것이다〃라고 하나, 성문헌법 체제하에서 국민주권의 행사는 저항권의 행사와 같은 특별한 예외가 아닌 한 성문헌법의 테두리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무엇이 진정한 국민의 의사인지를 확인하기 어렵고 국민들 간에도 특정사안을 놓고 갈등과 대립이 있을 수 있으므로, 헌법이 객관적으로 규정한 제도화된 절차가 아닌 헌법외적인 방식으로 〃국민주권의 행사〃를 인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헌법이 예정하지 않은 그러한 문제는, 그것이 국가의 위기상황에 관련된 것이 아닌 한, 정치적 의사결정 구조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6) 결론적으로 서울을 수도로 한 관습헌법의 변경이 반드시 헌법개정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없고, 헌법해석상 국회의 입법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이 헌법 제130조 제2항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나. 한편 나는, 별개의견이 이 사건 법률은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다고 한 논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에게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의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재량을 주고 있는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그 재량 여부가 달라진다고 해석할 수 없다. 헌법 제72조가 대통령에게 과도한 재량을 주고 있어 국민주권주의와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효과적인 제도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현행 헌법상 위와 달리 해석할 만한 근거가 없다. 또한 그러한 재량은 헌법이 직접 부여한 것이므로, 행정법상의 재량권의 일탈·남용 법리는 적용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행정수도의 이전 정책에 대하여 대통령이 국민투표 부의를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민투표권이 행사되지 못했더라도,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침해 주장은, 권리의 침해가능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적법하다. 청구인들이 주장한 다른 기본권 침해 주장 역시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 직접성 혹은 현재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기본권 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헌법소원 절차에서, 헌법재판소가 본안 판단을 하기에 부적법한 것이다.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자랑스런 나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피골이 상접하겠지만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귀국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막후협상이 어땠는지 즐거운 비화를 듣고 싶었다. 멋지게 성공한 우리 나라에 대해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개한민국.
받지도 않은 이익을 어떻게 예상하고서 국익을 위해 파병을 결정한다고 섣부르게 판단할 수 있는가. 받지도 않은 반대급부를 어떻게 예상하고서 파병철회에 대해 반대하는가. 미국자본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살수없다 말하지 말아달라. 미국자본에 의지안했던 적이 없지 않은가. 돌다리를 두드려봐야만 건너갈 수 있는가. n국가이기에 돌다리는 두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 말아라. 너희가 언제 돌다리 두드리고 건넜느냐. 먼저 저질르고 보자는 것들이 어디서 감히 그리 말하느냐.
국민이 있지 않은 국가는 국가로 성립할 수가 없다. 당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국민의 절반이다. 당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을 위해서 노력하지 말아달라 말하지 않는다. 단지. 당신을 지지했던 국민들을 바보취급 하지 말라달라는 것이다. 당신을 뒤돌아보라. 지금 당신이 누구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지 보란 말이다. 당신을 지지했던건, 당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을 품어서 모든 국민이 동일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달라고 했던게 아니었다. 국민통합을 당신은 이런 식으로 해나가는 것인가. 당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으로. 부디 당신의 통치방법을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나는. TV 토론에 나와서. 미국에 굽실굽실 되지 않겠습니다. 라고 했던 당신에게 반했던 사람이다. 국익을 위해서 얼쩔 수 없이 굽실대고 있다고 말하지 말라.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당신의 역할이니 내게 묻지 말아라. 미국에 굽실대지 않고서도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나를 모욕하지 말아라.
씨나락 까먹는 소리는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 내 희망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그 소리 듣고 싶지 않단말이다. 한사람의 생명을 잃는 것을 두눈 뜨고 있는 채로 보게 하지 말아줘라. 나는 그 무엇도 아니지만. 이 나라를, 이 나라의 국민을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이다. 제발 나를 절망의 화염속에서 죽게 하지 말라. 나 스스로 빠지게도 하지 말아라. 제발. 희망을 이야기 하는 나라를 볼 수 있게 해달라..
왜 갑자기 대통령이 탄핵에까지 이르렀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조선일보의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2003년 겨울 조갑제의 '탄핵 뒤 조순형 차기 대통령론' 칼럼 이후로 머저리 조순형은 조갑제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진두지휘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를 필두로 불과 한달여뒤, 조선일보는 '대통령 탄핵' 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결국 조선일보에 의해 여론몰이가 이루어지고 두달 후 대통령은 탁핵되기에 이른다.
노무현지지자로써, 대통령탄핵이라는 국민기만극을 시도한 조선일보와 16대 국회의원들에게 농락당한 한 국민으로써, 지난 두달간은 내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 그런 내게 지난 금요일 5월 14일의 탄핵기각소식은 국경일과 다름 없었다.
사필귀정. 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기쁜건. 3월 12일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음이다.
"지난 2002년 12월 19일. 모든 사람들은 이제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이 뽑혔으니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 대통령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떻습니다. 우리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보내놓고 안일하게 시간을 보낸 결과가 어떻습니까. 수구세력에게 짖밟힌 우리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만들어놓고 다시 그들에게 짖밟히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이후로 또 그러실겁니까?! 또 일터로 돌아가 아무런 힘도 없는 대통령을 나몰라라 두고서 제2, 제3의 탄핵을 만들겠습니까?!!"
민언련 사무총장, 최민희 선생님의. 그 구구절절 옳은 소리에. 그 가슴아픈 마음에 다시는 이땅의 개혁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손을 놓고 지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성장을 바라지 않는 수구세력이 존재하는한 결코 우리의 삶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국민이 제대로 살기를 바라지 않는, 소수의 손에 굴러가기를 원하는 그들이 있는한. 대한민국은 절대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안티조선입니다. 왜 조선일보는 없어져야 하는가. 왜 조선일보 없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인가. 궁금하게 여기실 분들도 계실겁니다. 안티조선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모두' . n가셔서 한번 그곳에 있는 글을 읽어보시고 그래도 수긍이 안되거든 논쟁 한번 붙어보죠. 제가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유일한 정치인이기 때문입니다.
* 나는 너희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또한 용서하지 않을것이다. * 싸더기, 넌 이라크로 꼭 파병가라! *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작사곡 윤민석)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대한민국 헌법 제1조 ::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14일 오전 9시 20분. 좋은 글 겁니다.
노무현은 타고난 노름꾼이다. 그의 정치 역정 고빗길엔 남다른 승부수가 있었다.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모두 걸기’(올인베팅)에서 아무도 그를 따르지 못한다. 그의 올인베팅 성공률은 높다. 또하나의 성공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내일 헌법재판소가 그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무현이 지닌 모든 것을 던진 싸움에서 그가 쓸어담은 ‘판돈’은 컸다. 그는 큰노름으로 멀어져 가던 대통령의 꿈을 극적으로 현실화했다. 이제 ‘가시방석’ 대통령 자리를 ‘비단방석’으로 바꿔놓기에 이르렀다.
비단방석에 따라 오는 전리품은 푸짐하다. 최근 정국의 변화된 지형은 그에게 많은 원군이 되고 있다. 그의 발목을 잡았던 차꼬들은 하나씩 풀려났다. 그의 ‘전부 걸기’에 나가떨어진 희생자들의 얼굴은 다양하다. 대선의 맞수 이회창, 한때의 협력자 정몽준, 상대를 잘못 읽은 초보 노름꾼 최병렬 조순형이 그들이다. 또 있다. 낡은 정치 관행이 그것이다. 정당체제 자체가 ‘엉겁결에’ 빠른 변신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한사코 ‘대통령 노무현’을 인정하기 싫어하던 한나라당은 변하고 있다. 체질을 바꾸어 갈 태세이고, 노무현 체제를 부정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은 궤멸 위기에 몰렸다. 열린우리당의 ‘충성도’도 높아졌다. 정치 ‘판’이 송두리째 뒤집힌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성원을 얻은 것이 크다.
문제는 탄핵심판 이후다. 그의 행보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 국민들은 궁금하기 짝이 없을 법하다. 제3의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 아니면 ‘부자 몸조심’에 나설 것인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최근 노 대통령의 몸가짐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그는 탄핵정국에서 그답지 않은 자제력을 보여줬다. 돈키호테적 언행이 전혀 딴판으로 변할 조짐이다. 말의 마술사다운 그의 화술·화법도 바뀔 것이다. 그의 말수는 줄어들 것이다. 그 변화의 밑바닥엔 실체적 힘을 비축한 자의 여유가 도사리고 있다.
그 여유는 그에게 약이자, 독이다. 여유는 사물을 넓고 깊게 차근차근 헤아려볼 기회를 줄 것이다. 그러나 여유는 변혁의 흐름을 가로막는 암초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의 임기는 4년이 채 안 남았다. 산더미 숙제를 풀기엔 그 4년은 짧다. 그것도 마음먹은 대로 술술 풀릴 일들이 아니다. 엄청난 저항과 난관이 따르는 일들이다. 언론 모순의 혁파, 사법제도의 손질만 해도 그렇다. 제도적 인프라를 바꿀 때 부닥치는 기득권자의 반발은 결코 만만치 않을 터. 더구나 그들은 첨단무기로 무장한 ‘정예군단’ 아닌가. 타협의 유혹은 여유의 틈바구니에 둥지를 튼다.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논리가 부딪치고 집단의 이해가 엇갈린다. 재벌 개혁, 노사관계 개선, 사회안전망의 확충, 남북 화해와 통합, 과학 기술과 미래 대비책에 이르기까지. 그 해답은 모순의 미로를 헤쳐가야 만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1년의 치적에 실망한 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둘러싼 의구심 어린 지적은 뼈아프게 새겨들을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의 인적 구성도 철학과 경륜에서 일관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고 변호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치판이 그의 운신 폭을 옥죄었기 때문이라는 항변이었다. 이젠 변명의 여지가 없어졌다. ‘인재 풀’도 넓어졌다.
노무현 대통령 앞에 또한번의 큰 기회가 왔다. 노름꾼 노무현이 광야에서 터득한 고도의 직관력과 집중력을 발휘할 때다. 노무현은 온실 속 화초가 아니라 잡초다. 그는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다. 인간 노무현의 매력은 야성에 있다. 그 야성을 무기로 정치판을 바꾸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제 나라의 ‘판’을 바로세우는 일에 맘껏 나서라.
한때 성공한, 그러나 끝내는 국민한테서 버림받은 노름꾼으로 기억될 것인가, 아니면 멋진 승부수로 나라의 판을 구조적으로 혁신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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