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가 주인공인 영화일 뿐이었는데. 단지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보았다면 다른 기대없이 집중하고 보았을 것인데 너무 오해가 컸던 나머지 래퍼 학수의 데뷔는 언제인가만 계속 고대하고 지켜보았다. 쓸데없이.
#. 고향떠나 성공해 돌아오고 싶던 학수는 어머니의 장례도 지키지 않은 아버지의 급보에 고민하다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가서 십수년만에 만난 아버지는 그렇게 위독해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병원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두고 갈 수도 없게 고향친구들과 어울리다 그를 짝사랑하던 선미와 그가 짝사랑하던 미경과 만나게 된다.
#. 어머니의 산소 앞에서 보인 엷게 깔린 멋진 노을 장면
#. 노을.
내고향 변산에는 노을밖에는 자랑할게 없다. 이거였던가. 시 내용이. 영화를 관통하는 시. 완성된 시는 감독님이 발표하셔도 될 정도로 감수성이 충만하다.
#. 작가를 꿈꾸던 소년이 랩퍼가 된건 나쁘지 않은, 아니 요즘 같은 세대엔 당연히 그럴 수도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랩퍼 또한 시인이 아니던가. 힙찌질이들 말고.
웹툰이라는 장르가 익숙하지 않을때, 카페에서 짧게 본 한편이 인상적이어 끝까지 보게된 작품 신과함께.
미생과 더불어 내가 유일하게 보았고 굉장히 좋았던 작품이었다.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은게 벌써 수년이 된거 같은데 이제서야 개봉이라니 여러가지 작업이 힘들었나보다. 스토리만 쫓으면 1년도 안필요할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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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는 저승길을 인도하는 변호사가 나온다. 이 변호사와 세상 억울한 차홍의 콜라보가 참 좋았는데, 영화에서는 이 변호사를 강림에게 맡겨버렸다. 저 세상과 현실을 모호한 경계로 만들어주는 변호사의 역할이 참 좋았는데 아수운 부분이었다. 마치 현실에 있을법한 저세상의 변호인이 주는 드라마도 참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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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는 총3편이 제작되었다. 그중 1편에 해당하는 차홍의 죽음에 대한 스토리. 여러가지가 얽혀있어 원작을 참 좋아하는 나로써는 드라마 각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2편부터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긴 하다.
#. 제작정보
신과함께: 죄와 벌 Along With the Gods: The Two Worlds 2017 KR ★★★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교 - 나때에야 국민학교였지만 - 다닐 때 조차도 그 이름을 들은것이 기억난다.
탁 책상을 내리 쳤더니 억 하고 죽었다.
말이야 방구야..
어린 나이였던 나조차도 혀를 찼던 상황.
나라의 민주주의를 욕망하던 민주투사들, 박종철과 같은 대학생들이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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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학번인 나 때는 전년도인 96년도 한총련 연세대 사태가 너무 심각해서 학생운동이 거의 소멸한 시기였다. 아직도 당시 뉴스화면이 떠올려진다. 골목길을 점거하고 학생들을 뒤쫓아 패고 다니던 전경들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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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두려움을 갖고 있던 나 또한 2008년 명박산성 시위때 인사동에서 한번 경험을 했다.
일요일 오전 9시 인사동 안국역에서 시위를 하자는 시민들의 발언에 나 또한 동참을 하고 갔었다. 9시가 되어가니 종각방향에서 몇종대는 되어보이는 전경들이 전투복을 하고 전투봉을 쥐고 탁탁 탁탁 하면서 방패를 내리치며 이동해 오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삼삼오오 모여있던 시민들이 그들을 항해 종대로 서서 이동하다 그들이 와아... 하면서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하자 모두 두려움에 흩어져 도망쳤다. 나 또한 뒤에서 머리카락을 잡힐 듯이 무서움에 골목길로 뛰쳐가 잡히면 안된다는 일념하에 이리저리 뛰다 가까스로 조계사로 도망쳤다. 그때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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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1987년도는 내가 경험한 인사동의 사건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무서운 시기였을 것이다.
그런 시절에 학생운동을 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정말 목숨을 걸었던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1987년 플라자호텔 맞은편 시청앞 공원에 모였던 수많은 인파들은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바로 이은 대선에서 전두환을 이은 보통사람을 표방하던 동류 노태우가 당선되었을때 그들은 얼마나 허탈하고 실의에 빠졌을까. 아마도 그런 기억을 갖고 있던 분들이 작년 대선때 문재인 대통령을 찍고, 투표참여도 컸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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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금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자유가 저런 문제적 사태와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일궈졌다는 것을, 부디 모든 유권자들이 투표권 - 투표를 해서 뽑을 수 있다는 이 권리를 무시하지 않기를 613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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