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딱지

2004/11/02 16:30

며칠 전부터 엄지손가락 윗부분에 붉으스름한 상처 딱지가 한개 생겼다. 그리 길지 않은 다른편 손톱에 살이 파여지는 바람에 생긴 것이다.

그걸 보며 한참 상념에 빠졌다.
최근들어 상처가 생기면 어릴적처럼 두툼한 상처가 되지 않는다. 그냥 얇은 딱지가 생긴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엔 온몸에 흉물스런 딱지가 몸에 없는 날이 없었던것같다. 자전거 타다 생기고, 얼음땡하다 생기고, 숨바꼭질하다 생기고, 돈까스하다 생기고.. 그런때 생기는 상처들은 늘 큼지막한 상처딱지와 함께 훈장처럼 새겨지곤 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그 딱지가 더이상 몸에서 생겨지지 않은게.
어릴적과는 판이하게 다른 그저 종잇장처럼 얇은 상처딱지. 어릴적의 딱지는 힘으로 떼어낼려야 낼 수 없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의 딱지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떼어낼 수가 있다.

그런것의 차이일까.. 나를 보호하고자 하던 그 상처딱지는 더이상 어릴적의 몸처럼 나를 단단하게 보호하고자 하지 않는것일까..

2004/11/02 16:30 2004/11/02 16:30

(#Hashtag) 같은글
    이글의 태그와 관련된 글이 없습니다.

엽서

2004/09/07 22:21

이따금 엽서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군더더기 잔소리를 다 빼어 버리고, 간절한 마음을 몇 줄로 담은 엽서를 띄우고 싶을 때가 있다. 하루 일을 끝내고 퇴근차를 기다리는 저녁때나, 비 오는 늦은 오후, 까치 우는 아침나절, 바람부는 어느 시각에는 불현듯 몇 줄의 글을 담아 바람편에 띄워 보내고 싶어진다. 그리고는 시야에서 아득히 사라져가는 내 마음 한 조각이 어느 누구에게 전해질 거라는 이상한 기적을 믿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유안진 - 미루나무잎만 한 엽서


집과 회사의 내 책꽂이에는 카페 혹은 바에서 집어온 엽서가 여러장 꼽혀있다. 어느 날 문득 쓰고싶어 질 때 보내고자 꼽아놓은 것들이다. 가끔 그들을 보며 누구에게 엽서를 보낼까 흐뭇하고 즐거운 미소를 짓곤 한다. 아직은 아무에게도 그 엽서를 보내지 못했다.
조만간 그 엽서의 주인들에게 보내지기를 바라고 있다..

2004/09/07 22:21 2004/09/07 22:21

(#Hashtag) 같은글

TAG

아니꼽다

2004/08/05 20:01

쓰지 않으면 생각조차 나지 않으며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사용할 일이 없는.
그런 단어가 - 생각조차 나지 않으니 - 많이 있을게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이외수님의 수필집을 읽다가 그런 단어 하나가 들어왔다.


해질녘이면 제일 미치겠다. 낭만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낭만이 밥을 먹여 주느냐고. 아니꼽다.
- 이외수 「버림받은 것들을 위하여」

아니꼽다는 말.
얼마나 오랫만에 본 단어인지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

내가 이 단어를 써본적이 있었던가..?
근래에 이 단어를 쓰는 사람. 기억에 없다.

요즘엔, 재수없다. 역겹다. 꺼져라. 뷁. 등의 말로 대체된 듯한 느낌이다.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건가..?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 정답게 느껴지기조차 하다.
책읽는 즐거움은 이런 것에서도 온다.

오늘따라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
어감이 그리 좋지 않은 단어, 아니꼽다 , 덕분에 말이다.

2004/08/05 20:01 2004/08/05 20:01

(#Hashtag) 같은글

TAG

거짓과 탄압에 저항하라

2004/06/24 13:40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현실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성을 상실했기에 어떤 것을 주장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나.
감정을 상실했기에 어떤 것을 주장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나.

한동안은 까뮈가 되련다




2004/06/24 13:40 2004/06/24 13:40

(#Hashtag) 같은글
    이글의 태그와 관련된 글이 없습니다.

선택의 기로

2004/06/15 01:51

인생을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있는 것이야 말로
단 하나의 성공이다.
- 몰리

자신의 뜻대로 살 수는 있는데
그 길이 지나치게 궁핍한 길이라
선뜻.
내미는 손을 거절하지를 못하겠다.

2004/06/15 01:51 2004/06/15 01:51

(#Hashtag) 같은글
    이글의 태그와 관련된 글이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과 '결혼' 할 수 있을까

2004/06/11 06:30

먼댓글 , 피오넬 | 가난한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1
가난한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빗대어 말하고 싶다. 가난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차피 이기적인 세상.
여자든 남자든. 가난한 건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피오넬님의 글을 보면.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과 '결혼' 이 가능하냐고 묻는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의 문제는 차치하고.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과 '결혼' 할 수 있을까.

2
난 모든 것이 개인의 사정 혹은 능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본인이, 상대가 가난하면 안되는 사정 혹은 능력이 없다면. 가난한 사람과 결혼하기는 힘들 것이다.
집안의 허락이 녹록치 않은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내 능력으로는 결혼하는 상대가 가난하면 도저히 결혼생활을 해나갈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상대와 결혼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본인이, 상대가 가난해도 되는 사정 혹은 능력이 있다면. 가난한 사람과 결혼하기 수월할 것이다.
내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집안이라면. 내 능력정도면 결혼하는 상대가 가난하더라도 결혼생활을 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다. 는 사람이라면, 그 상대와 결혼하겠다는 그 의지 혹은 결심은 흔들림이 없을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은 현실이다.
라고 흔히들 말한다. 나는 능력이 없으면 결혼하지 말라. 는 主義로 사는 사람이기에. 저 현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라 하더라도. 현실을 위해 무작정 결혼하는 상황은 만들어내지 않길 바란다.
주변에 사랑없는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기에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풍문에 의하면. 사랑과 현실 사이에 현실을 택한 사람들은 그 '현실'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가 현실을 택한 것을 알기때문에 현실적으로 결혼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때론 서로간에 사생활 침범하지 말자는 약속을 만들어서 결혼따로 사랑따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괜히 '결혼은 미친짓이다' 의 '그녀' 라는 인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사랑을 선택한 결혼이 늘 좋은 결말을 가지고 온다고 보지도 않는다.
주변에 사랑의 결실을 맺은 결혼이 실패한 경우를 본적이 없어서 이 또한 말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풍문에 의하면. 사랑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 '사랑' 때문에 힘들어도 참는 경우가 많다.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살고보니 사랑도 식고 점차 왜 저 사람을 사랑했을꼬 하는 푸념만 하게 되는 결혼생활이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사랑했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같이 사는 사람들이 꽤 있고 보니, 그것만큼 불행한 생활이 없는것같다. 사랑없는 사랑은 내게는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이렇게 말하다보니. 결혼생활이 좋지 않았다던. 소크라테스의 명언이 떠오른다.
'결혼은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 . 그래서 차라리 해서 후회하련다고 결혼하는 사람들도 풍문으로 들었다.
모든건. 선택의 문제이다.
이 길을 선택해서 감내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저 길을 선택해서 감내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짓이다 를 보면,
현실을 위해 결혼하고 사랑을 위해 동거를 하는 '그녀' 라는 인물과
현실때문에 결혼하지 않고 사랑 때문에 동거를 하는 '나' 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연애라고 말하지 않고 사랑이라 표현하는 이유는 난 그들이 서로가 단지 '즐기기위해' 동거까지 했다고는 생각하지않기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챕터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more..

미친짓이다.
라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본인의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않을 판단을 내려야 한다.
'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이라면 해보겠다 vs 그래도 안하겠다 '
굳이 결혼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다. 현재로썬.
결혼해서 슈퍼우먼 컴플렉스에 빠지느니(전 그리 될 가능성이 농후하거든요) 결혼하지 않고 실컷 사랑하고 싶다.
동거문화를 좋게 받아들인 것도 한 요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2004/06/11 06:30 2004/06/11 06:30

(#Hashtag) 같은글

절망에 관하여

2004/05/04 15:36

14

네가 평지 위를 걸어간다고 치고, 가고자 하는 훌륭한 의지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뒷걸음질만 친다면, 그것은 절망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나 너는 가파른 비탈, 그러니까 네 자신의 발바닥부터 보일 만큼 그렇게 가파른 비탈을 기어 오르고 있으므로, 뒷걸음질은 오로지 지형 때문에 생겼을 수도 있으니 만큼 절망할 필요가 없다.

- 프렌츠 카프카, 죄 고통 희망 그리고 진실된 길에 관한 성찰 중


젊은 날엔 너무도 많은 절망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어떤 날에는 삶을 버리고 죽음을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에는 스스로를 누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우리가 어떻게 평평한 대지위를 걸을 수가 있는가말이다. 카프카의 말대로 가파른 비탈을 기어오르고 있지 않은가. 너무도 힘든 고통을 이겨내면서, 손가락은 모두 벗겨져 더이상 버티기조차 힘들기도 하지만, 열씸히 뒷걸음질 치며 위로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떨어지면 바로 죽음이라는 그런 극한의 상태가 와야지만이 비로소 우리는 열중할 수 있지 않을까.
떨어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그모습은 결코 비참하지도 누추하지도 않다.
그모습이야 말로 숭고함 그 자체이다.

절망에 빠지지 말자. 단지 지금의 지형이 힘들뿐이다. 이 가파른 비탈을 빨리 올라 평평한 대지에서 온몸 쭉 펴고 잠시 휴식을 취할 그 기쁨만을 생각하고 한 번 더 깊게 숨 들이키고 열씸히 하자!

박카스는 괜히 있는게 아니다.
타우린 천미리그람! 보충하고, 가자!

2004/05/04 15:36 2004/05/04 15:36

(#Hashtag) 같은글

TAG

하늘처럼님 힘내세요

悔恨의 章 회한의 장

가장 무력한 사내가 되기 위해 나는 얼금뱅이었다.
세상에 한 여성조차 나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나의 나태는 안심이다.

양팔을 자르고 나의 직무를 회피한다.
이제는 나에게 일을 하라는 자는 없다.
내가 무서워하는 지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
세상에 대한 사표 쓰기란 더욱 무거운 짐이다.
나는 나의 문자들을 가둬 버렸다.
도서관에서 온 소환장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

나는 이젠 세상에 맞지 않는 옷이다.
봉분보다도 나의 의무는 적다.
나에겐 그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 고통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나는 아무 때문도 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에게도 또한 보이지 않을 게다.
처음으로 나는 완전히 비겁해지기에 성공한 셈이다.

 
하늘처럼 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

가끔은 이렇게 세상에 대한 사표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아무 때문도 보지 않고, 아무것에게도 보이지 않는...
비겁해진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수록, 한번 비겁해진다는 것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듯해요.
내 자신과의 싸움은 잠시 보류하고 한번....



2004/04/27 18:53 2004/04/27 18:53

(#Hashtag) 같은글

불평불만으로 가득찬 요즘에 대한 반성

2004/04/16 00:36

한 불평이 많은 청년이 왕을 찾아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왕은 잔에 포도주를 가득 부어 청년에게 주면서 말했다.

〃포도주 잔을 들고 시내를 한바퀴 돌아오면 성공비결을 가르쳐 주겠다.
단, 포도주를 엎지르면 네 목을 베리라.〃

청년은 땀을 뻘뻘 흘리며 시내를 한바퀴 돌아왔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시내를 돌며 무엇을 보았느냐.
거리의 거지와 장사꾼들을 보았느냐. 혹시 술집에서 새어 나오는 노래소리를 들었느냐?〃

청년이 대답했다.

〃포도주 잔에 신경을 쓰느라 아무 것도 보고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바로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인생의 목표를 확고하게 세우고 일에 집중하면 주위의 유혹과 비난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불평이 많다.
분명한 인생관을 갖고 일에 몰입하는 사람은 불평할 틈이 없다.


난 최근에 불평불만이 많아졌다. 일을 찾아서 하려하지 않고 몸의 피곤함으로 변명하였다.
성실하지 못했다. 그 또한 몸의 피곤함으로 변명하였다.
현명하지 못했다. 나는 현명하다고 자위하였다.
똑바르지 못했다. 똑바르다고 자위하였다.
독서하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책이 없다고 변명하였다.
지식을 쌓기를 원했다. 내가 원하는 지식이 없다고 변명하였다.

모든 후회와 변명으로 점철되는 지난 날을 더이상 변명하지 않겠다...

2004/04/16 00:36 2004/04/16 00:36

(#Hashtag) 같은글
    이글의 태그와 관련된 글이 없습니다.

TAG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나이가 죽었다.

2004/04/14 15:23


신중하기 이를 데 없는 사나이가 있었다.
결코 웃거나 놀지 않았다.
그는 결코 모험을 하지도,
뭔가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지도 않았다.
결코 노래를 하거나 기도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나이가 세상을 떠나자,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내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more..



2004/04/14 15:23 2004/04/14 15:23

(#Hashtag) 같은글
    이글의 태그와 관련된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