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에게 드리는 제사음식

2014/08/09 16:22

시렁 위의 곶감은
얼마나 남았을까
사춘기를 거치면서 여러 나라 시인들이 쓴 시를 읽고
그들의 생애를 알게 됐다.
수많은 시인들이 후대가 없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언제부턴가, 명절날 차례를 지낼때면
그들이 문득 생각난다.
죽은 시인들이 한없이 가엾게 느껴졌다.
그 중에서도 아르튀르 랭보가 제일 불쌍했다.
그러던 어느해,
아버지 몰래 불어와 한자가 섞인 지방을 썼다.
그렇게 몇번 차례를 지내고 나서는
붓으로 정성드려 써보기도 했다.
그 랭보의 지방을 식구들 몰래
차례상 뒷다리 안 보이는 곳에 붙였다.
'랭보씨 음식 먹는 시간입니다. 어서 드십시오.'

- 김점선, '점선뎐' 중에서 -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
사랑의 제일 마지막 단계입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 사색의 향기, 2013-05-14



2014/08/09 16:22 2014/08/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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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2014/07/13 15:51

사랑이 두려운 것은
사랑이 깨지는 것보다도 사랑이 변하는 것이다.

- 니체 -


서로를 호기심으로 살피고
같은 점, 다른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던 때를 기억합니다.
차츰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사랑이 익어 가던 때,
그 사람이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보탤수록 감정은 서서히 변해갑니다.
사랑엔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일 겁니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사랑이 힘드신지요.
그러나 두려워할 일은 아닙니다.
설렘으로 시작하는 마음도,
받아들이고 서로 이해하는 마음도 다 사랑이니까요.
여전히 사랑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마법인 듯합니다.

- 사색의 향기, 201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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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3 15:51 2014/07/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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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퍼뜨리는 두 가지 방법

2014/07/12 15:11

빛을 퍼뜨리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촛불이 되거나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 1862~1937),
여성으로는 처음 퓰리처 상을 탄 작가 -


세상에는 위대하고 영웅적인
촛불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촛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바람막이도 필요하고
빛을 반사해서 더 많은 곳을 환해지도록 하는
거울도 필요합니다.

세상을 밝히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에게 알맞은 역할이
반드시 있습니다.
- 사색의 향기, 2010-02-01



2014/07/12 15:11 2014/07/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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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노래

2014/07/12 15:01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에서 -


비록 남보다 덜 가져서, 넉넉하지 못해서
지금은 추운 듯해도
추위를 따듯하게 녹여주는 사랑의 온기.

사랑의 힘은 이리도 위대하고 뜨거워서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사색의 향기, 2010-01-19



2014/07/12 15:01 2014/07/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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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끝은 아니다

2014/01/31 19:27

죽음은 생명의 종착역일 뿐 관계의 끝은 아니다.
- Death ends a life, not a relationship.

미치 앨봄 Mitch Albom (미국 작가)



2014/01/31 19:27 2014/01/3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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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문

2013/09/20 16:12

대형빌딩 입구 회전문 속으로
사람들이 팔랑팔랑 접혀 들어간다
문은 수납기처럼 쉽게
후루룩 사람들을 삼켜버리고
들어간 사람들은 향유고래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간
물고기 떼처럼 금방 잊혀진다

- 이수익, '회전문'에서 -



2013/09/20 16:12 2013/09/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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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유년 속의 아이

2013/09/14 20:55

어렸을 때 우물 속이 궁금했던 때가 있었다.
두레박줄이 한참 풀리고 나서야
첨벙, 들려오던 두레박 떨어지던 소리와
우물 속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만나던 아이.

나는 다 커서도 나 자신을 돌아다볼 땐
우물 속의 아이를 처음 대할 때처럼
낯설고 아득하다.
자신을 우물 속에 내버려둔 채
무심히 살아왔구나, 싶은 느낌.
그래서 나 자신과의 대면은 언제나 미안하고 낯설다.

- 김창활 산문집, '우물 속의 아이'에서 -

때로 자신의 존재를 잊을 때가 있지요.
살아가는데 급급해서 나를 돌아볼 여유도 없고
내가 잘 살고 있는 지도 모를 때,
먼 유년 속에 고스란히 기억되어 있는
나와 만나보십시오.
그곳엔 순수하고 꿈 많은 내가 있으니까요.

- 사색의 향기, 2008-06-03



2013/09/14 20:55 2013/09/1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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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2013/08/16 21:40

소르본느에서 퇴학 당한 말더듬이 불량소녀 프랑소아즈 사강이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한 것은 불과 18세의 나이였다.
후속작으로 '어떤 미소' '브라암스를 좋아 하세요'등 남녀의 심리에 대한
섬세한 필체로 세계적인 명성과 거액의 돈을 벌어 드리게 되었는데
'모르는 것이나 느끼지 못하는 것, 체험하지 않은 일은 쓸 수가 없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그래서 인가 두 번의 이혼은 두 개의 작품을 남기고 끝났으며
마약복용혐의로 기소되자 '인간은 자신을 파괴할 권리도 있다' 며
법원과 언론에 맞섰다.

도박을 통해서는 무엇을 얻으려고 했는지 프랑스 내의 카지노에
출입금지를 당하자 영국으로 원정까지 가서 열심히 돈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녀의 생활은 사막처럼 황폐해져 갔다.

69세. 무일푼이 되어 심장질환을 앓던 그녀는
'진정 후회 없는 신나는 인생을 즐겼다' 고 회고하며 눈을 감았다.

- 사색의 향기, 2007-09-14


2013/08/16 21:40 2013/08/1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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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른 날

2013/07/13 23:31

단지 젊다는 이유로 청춘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청춘은 보다 근사하고 멋진 단어이며,
실은 젊음과는 무관한 삶의 특수한 지층이다.
청춘은 갔다, 라고 외치는 모습은 흡사
봄이 가버렸다고 외치는 에스키모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은 나이나 육체와 무관하고,
먹고 사는 일과도 무관하다.
용감하고, 무모하고, 에너지가 충만한 어떤 것이다.

- 박민규, ‘푸를 청, 봄 춘’ 에서 -

청춘이라는 것,
단지 젊은이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닙니다.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마음의 나이와 연관이 있는 말입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
그것이 바로 청춘의 삶이 아니겠는지요.
계절의 봄은 비록 지나갔지만 마음은 청춘처럼
희망으로 오늘을 만나보십시오.


- 사색의 향기, 2007-07-03


2013/07/13 23:31 2013/07/1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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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의 의미

2013/07/13 21:34

동쪽 하늘이 밝기 시작한 때를 먼동이라 부른다.
여명은 온갖 물상들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시간이지만,
먼동은 재를 넘어온 불빛처럼
어둠에서 하루를 밀어 올린다.
먼동은 빛을 들어 어둠을 헤치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먼동이 트이면 이슬 머금은 풀들이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생선처럼 파닥인다.

- 이재식, ‘먼동’ 에서


- 사색의 향기, 2007-06-05


2013/07/13 21:34 2013/07/1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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