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무엇을 기대했니?

2016/07/08 16:05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니?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 존 윌리암스, 장편소설 '스토너' 중에서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인생은 후회 없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기 때문입니다.
의도한 것과는 정반대로 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을까요?
정확히 답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만,
지금 그 해답을 찾아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사색의 향기, 2016-03-29



2016/07/08 16:05 2016/07/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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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꺼내놓는 그때의 이야기

2016/07/07 11:48

그 시절 나에게는 기다리는 용기가 없었다
왼손이 하는 고민을 알아차릴 수 있는 오른 손이 없었다
소나기를 만나면 잠시 비켜설 수 있는
수레 위 마른 건초 같은 푹신함도 없었다
더욱 더 치명적인 건 나로 하여금 나의 반대편으로
다리를 놓게 할 내 안의 시냇물이 없었다는 것

- 박경원, 시 '이야기' 중에서 -


무엇을 해야겠다는 욕구가 불같아서
앞뒤 돌아볼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때.
왜 고민하는지, 고민의 주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고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려움을 만나면 무조건 맞닥뜨리지 말고
피해가거나 잠시 기다릴 줄도 몰랐던
마음이 벼랑 같던 그때,
어떤 대안도 없이 돌발적이던 그때.
기만 생각해보니, 그때가 청춘이었던 같기도 합니다.
이제는 여유와 지혜를 조금은 알 것도 같은데
그때의 그 열정은 다시는 올 것 같지도 않으니
아련한 그 시절입니다.


- 사색의 향기, 2015-01-27



2016/07/07 11:48 2016/07/0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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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뚜벅뚜벅 걸어갈 일

2015/06/27 21:58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코 알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은 멋진 것이다.

- 톨스토이 -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서
때로 불안하기도 하지만
모르기에 더욱 기대감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측이 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에 따라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들입니다.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저 지금처럼 꾸준히,
뚜벅뚜벅 걸어가면 될 일입니다.

- 사색의 향기,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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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7 21:58 2015/06/2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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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15/06/27 21:46

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멍입니다.
주전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전자가 아닌,
비어 있는 부분이지요.
비어 있는 장소에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밀로라드 파비치, 장편소설 '하자르 사전' 중에서 -


우리는 본질 그 자체에만 신경쓰다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곤 합니다.
그것의 의미라든가,
그것 외의 다른 용도내지는 성격 등은
고려해보지도 않을 때가 많습니다.
현실만을 보고 물질만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대로도 생각해보고
상대의 입장에서도 고려한다면
세상이 달라 보이고,
사물의 이치가 달라 보일 것입니다.

- 사색의 향기, 2014-11-18



2015/06/27 21:46 2015/06/2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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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국

2015/06/20 21:17


국으로 짐작되는 솥에 손을 얹고서 외출의 거리를 살핀다
안심이다. 따듯한 그녀 아직은 멀리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떠나가기는커녕 오히려 부리나케 돌아오고 있을 것이다
내가 다시금 조용한 잠으로 가라앉아 있을
싱겁지도 짜지도 않은 집 안에 일요일 한 시 쯤의 바깥 풍경을
방금 버무린 냉이무침과 함께 차려놓을 것이다
왼쪽 옆구리로 몰린 잠을 뒤척, 반대편으로 옮긴다

- 박경원, 시 '따듯한 국' 중에서 -


나를 위해 돌아오는 부지런한 걸음.
그 걸음이 한 끼의 밥을 지어주고,
따스한 국을 내놓습니다.
밥과 국이라는 말 속에 정이 있고 따스함이 있습니다.
방금 버무린 냉이무침 같은
향긋한 말 한마디를 함께 건네줄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입니다.

- 사색의 향기, 2014-11-11



2015/06/20 21:17 2015/06/2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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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요물이다

2015/06/20 20:50

그러고 보니 자주 그랬다.
의류매장 안에서는 그럴듯하게 어울려보이던 옷도
내 방 거울 앞에만 서면 낡아가는 몸의 현주소를
야멸치게 일깨워주곤 했다.
휘황한 물질의 성채 안에는 어떤 마법이 작동하기에
매번 눈이 멀고 혼이 빠지는가.
어쨌거나 돈이 요물이다.
햇빛을 피해 음습하게 숨어들기를 좋아하는 돈이
주머니 안에 들앉기가 무섭게 기를 쓰고
바깥으로 빠져나가려 하니.
온갖 핑계와 명분을 쏘삭이며 달아날 기회만 엿보는 돈은
남의 주머니에 옮겨 앉자마자 맞바꾼 사물의 표면에서
반짝이는 마법가루를 거두어버린다.

- 최민자, 수필 '팔찌' 중에서 -


조명아래 반짝이는 물건들.
그것들이 저들을 어서 가져가라고 유혹을 합니다.
그 물건의 주인이 나 같아서
다른 누군가에게 금방 안겨갈 듯해서
얇은 지갑을 털어 장만하지만,
내 손에 들어온 후의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글처럼, 돈이 요물입니다.
마음먹은 대로 지출이 되지 않을 때도 있지요.
그러나 벼르고 별러 지르는 일이니
내가 내게 주는 보상내지는 선물이라고 생각해봅니다.


- 사색의 향기, 20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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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날개

2015/04/24 19:44

꽃은 그냥 핀 것이 아니다
단단한 비늘을
벗을 때만 태어난다
바람을 찌르던
비수를 뽑아 버렸을 때
비로소 피어나는 꽃
그런 꽃에는 눈이 있다
푸른 하늘만 바라보는
빛나는 눈이 있다

- 이소희, 시 '꽃의 날개' 중에서 -


바람을 찌르던 비수를 뽑아내고서야
꽃이 피듯
우리도 저마다의 가슴에 숨기고 있는
날카로운 마음을 지우고
감춘 비수를 버릴 때에야 비로소
대화의 꽃, 타협의 꽃, 소통의 꽃이 피겠지요.
누군가를 향한 미움이
사랑으로 바뀔 때까지,
그래서 가볍게 날개를 달 때까지,
내 뾰족한 마음을 둥글게 마모시켜봅니다.


- 사색의 향기, 2014-08-19



2015/04/24 19:44 2015/04/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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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시간

2015/04/24 19:40


연못은 달의 그릇
구름이 끼는 밤, 말랑말랑한 그릇에 금이 간다
하늘이 낮아지고
구름은 점점 두꺼워진다

누가 저 구름을 걷어내나

- 오명선, 시 '구름의 시간' 중에서 -


연못이 달의 그릇이라면
나는 시간의 그릇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름이 끼는 밤, 연못에 금이 가듯
나라는 그릇에 고인 시간이 출렁거리고
시도 때도 없이 내가 흔들리는 것이지요.

사물이 고요한 시간,
덩달아 고요해지려고 하지만
더위와 알 수 없는 일상의 습도가 힘들게 하네요.
그래도 가만히 나를 가라앉히는
뜨거운 여름날입니다.

- 사색의 향기, 2014-08-05



2015/04/24 19:40 2015/04/2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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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다

2015/04/04 17:00


삶과 사람들, 그리고 일어난 모든 일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그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실수나 불운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원인으로 미루지 않았다.
그의 불운과 욕구불만은
자신이 만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새로운 힘이 느껴졌고, 어떤 두려움도 느낄 수 없었다.

- 로버트 피셔, '마음의 녹슨 갑옷'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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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2015/02/21 22:33

선잠을 따라 아뜩히 건너온 당신의 앓는 소리는
슬픈 노래 끝에 잦아드는 후렴이었네

앞섶을 파고드는 어린것 떼어내며
곧 돌아올게, 손 약속을 했다고
남몰래 젖몸살 앓으며 여름 길을 뛰었다고
신음 섞어 자장가 아닌 자장가를 불러줄 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더라고, 당신의 종잇장 같은 품이 그립더라고
후련히 쏟아내지 못한 말들

당신의 봄날 궁금해 물으면
네가 내 봄날이지, 네가 내 꽃이야
웃음으로 넘기던 당신이 못내 측은해
끙 돌아누우며 억지 잠 불러들이곤 했네

버스터미널 옆 장터
먹어봐, 벌건 속이 바로 꽃잉께
노파의 주름진 손이 건넨 무화과 달게 베어 물 때서야 알았네

모진 시간으로 싹 틔운 생의 씨앗 애지중지 가슴으로 꽃피운 그때가
당신의 봄날이었음을

- 최선옥 ,'무화과'

- 사색의 향기, 2013-09-13



2015/02/21 22:33 2015/02/2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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