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

2025/09/30 11:29

아직도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자각이 없는 '악惡'만큼 더러운 것도 없지.
그걸 위선이라고 부르지 않나?

- 신 헬로우 블랙잭 중


2025/09/30 11:29 2025/09/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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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여행가방

2025/09/29 11:02

숨을 곳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

그때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만일 누가 그 가방을 연다면 더러운 속옷과 양말이 꾸역꾸역,
마치 죽은 짐승의 내장처럼 냄새를 풍기며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 육신이란 여행가방 안에 깃들였던 내 영혼을,
절대로 기만 할 수 없는 엄정한 시선,
숨을 곳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 아닐까.

- 박완서의 <잃어버린 여행가방> 중에서

매일 매일 미지의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가슴으로 물건으로 우리의 여행가방은 채워지고 비워지고 하면서 쌓여 갑니다.
그러나 훗날에는 결국 두고 가야 할 여행가방,
언제 잃어버려도 두렵지 않은, 작지만 따스한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오늘이라는 하루치의 여행에서
그대는 무엇을 담고 무엇을 버렸는지요.

- 사색의 향기, 2025년 7월 29일


2025/09/29 11:02 2025/09/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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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동화책에서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동화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거야.

영웅들은 늘 어딘가를 어슬렁거리지.
가만히 있으면 커다란 용이
찾아오는 일도 없고,
거대한 풍랑을 헤쳐 나갈 일도 없고,

더구나 예쁜 공주를 만나는 일 따위는
영원히 기대할 수 없거든.

- 델로스의 <너무 슬프지 않니> 중에서


2025/09/29 10:53 2025/09/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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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익청(香遠益淸)
: 연꽃 향기는 멀리 갈수록 맑은 향기를 더한다.

이 말은 유난스레 연꽃을 사랑했던
중국의 화가 주돈이가 '애련설'에서 했던 말입니다.
연꽃은 해가 지면 꽃잎을 오므렸다가
다음날 아침 해가 뜨면
밤새 오므렸던 꽃잎을 활짝 열어 다시 피어납니다.

그래서 주돈이의 아내는
저녁이면 종이에 차를 싸서 연꽃 속에 재워 두었다가
아침에 꽃이 열리면 차를 꺼내
사랑하는 이에게 차를 끓여 건네곤 했답니다.
꽃속에서 하룻밤을 재운 차는
얼마나 향기로웠을까요.
정성으로 달인차를 건네는 아내가
화가는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요.

밤새 꽃속에 차를 재워 두었다가
아침에 향기로운 차를 바치는 마음,
그 정성어린 마음이 곧 사랑이겠지요
정녕 그러할테지요.

 - 백승훈

- 사색의 향기, 2025년 5월 28일 (수) 

2025/06/14 12:59 2025/06/1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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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의 고기가 목말라 한다

2025/06/14 12:50

물 속의 고기가 목말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웃었다.
진리는 그대 집안에 있다. 그러나
그대 자신은 이를 잘 모르고 있다.
여기 바로 진리가 있다.

- 까비르

- 사색의 향기, 2025년 4월 21일 (월)

물 속에서 고기가 목말라 물을 찾는 것은
진리를 옆에 두고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물이 있음에도 목말라 하는
욕심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진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2025/06/14 12:50 2025/06/1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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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과거를 되돌아보자

2025/06/14 12:47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 소세키의 하이쿠 中 -

- 사색의 향기, 2025년 4월 11일 (금)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오늘과 내일 외에
과거를 되돌아 볼 기회가 흔치 않습니다.

몇 년 전, 외국의 한 블로거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자신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찍힌 자신의 얼굴을 수 백, 수 천장 살펴보다 보면
스스로 걸어온 시간의 길을 더듬어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2025/06/14 12:47 2025/06/1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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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

2025/02/09 12:38

내게 기는 재주라도 있다면 굼벵이가 되고 싶다
느릿한 흙으로 만든 집 아래 볏짚을 펼쳐 활짝
당신의 뿌리 근처로 엉금엉금 기어들어가
뚱뚱한 아랫배로 돋는 날개마저 벗어던지고
한 생을 꼬물꼬물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
- 채종국, 시 ‘굼벵이’

소박하고도 원초적인 소망입니다.
가장 평안한 소망.
욕심부리지 않고 여유 있게, 누구를 비난하거나 비난받지 않고
나 나름대로 살고 싶은 욕망입니다.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비교당하지 않는 그런 소망 하나 갖고픈 때도 있습니다.

- 사색의 향기, 2025년 2월 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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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9 12:38 2025/02/0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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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달맞이꽃에게

2025/02/09 12:08

너는 나를 보고 핀다 하지만
나는 너를 보고 피는 걸
- 이하, 시 '달, 달맞이꽃에게'


2025/02/09 12:08 2025/02/0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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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

2025/02/09 12:04

침묵은 부패하기 쉬운 질료다. 밀폐된 방안에 너무 오래 괴어 있으면 쉽게 상한다.
오랜 세월 홀로 살아온 노모는 눅눅하고 퀴퀴한 침묵을 체질적으로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늘 물방울이 떨어지도록 수도꼭지를 헐겁게 잠가 놓는다. 똑똑똑똑···.
반향을 남기며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 소리는 결코 소음이 아니다.
노모가 식성에 맞게 침묵에 가미하는 일종의 향신료다.
- 정희승, 수필 ‘수도꼭지’

물론 떨어진 물방울은 모아서 다시 쓸 테지만,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마치 침묵에 가미하는 향신료 같다는 생각이 신선합니다.
너무 고요해서, 적막해서 우리는 홀로 중얼거리거나 자신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마침표처럼 꼭 잠근 문장보다는 말줄임표의 흘리는 의미 같은 소리, 그런 배음에 안심하는 때도 있습니다.

- 사색의 향기, 2025년 1월 7일 (화)




2025/02/09 12:04 2025/02/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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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딘다는 것

2024/02/03 15:18

풀은 바람에 맞서지 않는다
고개 숙이고
등 굽히는 자세로 견딘다
세상이 푸르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꺾이지 않는 눈물방울도
견디기 위해 흘린다

- 최우서, 시 '견딘다는 것'



2024/02/03 15:18 2024/02/0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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