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귀기를 조심해야

2016/11/13 02:03

나보다 나을 것이 없고 내게 알맞은 벗이 없거든
 차라리 혼자 착하기를 지켜라.
어리석은 사람의 길동무가 되지 말라.

- 법구경


 차별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편을 갈라 사귀라는 말씀도 아닙니다.
도덕적인 기준, 정의로운 기준, 사람다운 기준과 먼 사람은
 되도록 멀리하라는 말씀입니다.
아는 사람과 친구는 엄연히 달라서
 사람사귀기를 좀 더 조심해야 함을 일깨우는 말씀입니다.

 
 
 
 
- 사색의 향기, 20



2016/11/13 02:03 2016/11/1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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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에게 밥을 먹이다

2016/11/13 02:01

산 아래 발 벗은 움막집
 오글오글 무 속 파먹으며 겨울을 건너왔을까
 재 너머 방물장수 등에 업은 애기
 한 술 두 술 집집마다 얻어 먹여도
 칭얼대는 해질녘, 동구 밖
 버드나무 그늘 떠먹이다 늙어갔을까

 모서리마다 아프게 핥아주다
 밥상머리 한 번 올라보지 못한 낡은 놋숟가락
 오랜만에 따순 밥 지어 고봉 한 술 떠먹인다

- 김남수, 시 '숟가락에게 밥을 먹이다' 부분 -


늘 나에게 밥을 떠준 숟가락입니다.
오래된 것들, 혹은 너무 친해서 잊고 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들로 인해 따스한 밥을 먹고
 온기를 입으면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입니다.
물건만 그런 것은 아니지요.
사람도 그래서, 당연한 듯 받기만 하고
 베풀어주는데 인색했던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가끔은 나의 마음을 주는 것,
그것이 반응이고 정일 겁니다.

- 사색의 향기, 20



2016/11/13 02:01 2016/11/1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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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시끄럽다

2016/11/13 01:47

양옆으로 밀리는 유선형의 물살이 한낮을 끌고 간다

 작은 선미船尾에 하늘이 금 가고 물구나무선 풍경이 갈라지는
 파경破鏡에도 노란 부리는 유유자적
 물결 지는 나 홀로 시끄럽다

 낯선 방문에 놀라
 서둘러 공중으로 튀어 오른 햇살 하나가 첨벙, 물길로 사라지듯
 오래된 기억이 물살로 튀어 오르고
 오후의 지느러미를 따라 서서히 진행되는
 눈이 먼 파경破景

구심력을 놓친 내가 확장된다

 계절 깊숙이 뿌리를 내려도 여전히 흔들리는 생각을 꺼내면
 꼬깃꼬깃 접힌 자국이 있다

 파문 진 오후는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나의 수면은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

- 시, '파경破景'


강이나 호수를 가만 들여다보면 작은 움직임에도 파문이 일지요.
유유히 물새가 길게 지나가는 자리엔 유선형의 물살이 일고
 그 속에 비친 풍경은 시끄럽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그 고요함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시끄러운 나를 다독입니다.
자연이 말없이 주는 치유입니다.


- 최연수 시인

 
 
 
 
- 사색의 향기, 20



2016/11/13 01:47 2016/11/13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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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받다

2016/11/13 01:44

사과를 받으면
 사과의 기분이 떠오른다
 사과를 두 손으로 받으면
 사각사각 사과의 기분이 되어
 사과 생각만 한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면
 사과즙이 입안에 흥건해진다
 사과의 맛이 흥건해지는 것을 느낀다
 사과는 늘 사과의 표정을 짓고
 사과는 사과의 발음을 한다
 사하고 소리를 내다가 과하고 빠르게 입술을 움직이면
 사과의 향기가 맹렬해진다
 사과하고 탁 트인 소리를 내면
 어느새 사과의 은유는 새콤달콤해진다

- 홍경나, 시 '사과를 받다' 부분 -


사과를 받으면 기분은 새콤달콤해지는데
 절로 용서의 감정이 생겨나는데
 왜 그리 사과에 인색할까요.
손에 사과를 받은 것처럼 둥글어지는 마음들.
맛이 흥건해지는, 향기가 맹렬해지는 사과입니다

- 사색의 향기, 20



2016/11/13 01:44 2016/11/1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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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것

2016/11/13 01:43

와작, 발밑에 들러붙는 불길한 소리.
아뿔싸! 주저앉은 집 한 채가 바닥에 눌러 붙어있다.
황급히 촉수를 집어넣은 몇 채의 집이 불안하게 나를 주시한다.
비 그친 숲을 산책하는 여유로운 나와 필사적으로 길을 횡단하는
 달팽이 사이에 벌어진 예기치 않은 비극이다.
내겐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청천벽력.
미처 길을 건너지 못한 달팽이들을 건너 풀숲으로 옮겨줄까 생각하다
 이내 마음을 접는다.
그들만의 보법에 끼어든 나의 간섭은 무시무시한 공포일 것이다.
그것은 달팽이보다 내가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선심,
그들의 의도는 헤아리지 않은 독선적인 베풀기다.
생명을 살렸다는 자만심이다.

- 최장순, 수필 '달팽이에 관한 보고서' 중에서 -


모든 일은 나를 중심으로 해서 행해집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은 일이고,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중심을 상대에게로 가져간다면
 내 독선은 사라지고, 포용의 마음으로 변해집니다.
내가 아닌 너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자세입니다.


- 사색의 향기, 20



2016/11/13 01:43 2016/11/13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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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 속도 중요해서

2016/11/13 01:33

 인생의 경쟁에서 육체는 아직 살아있는데
 정신이 기절한다는 것은
 정신의 수치이다.

- 아우렐리우스 -


겉이 멀쩡하다고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속이 망가져서
 보이지 않는 마음이 황폐해서 생기는
 안타깝거나 무서운 일들.
겉도 속도 중요하지만
 속을 가꾸면 겉이 아름다워지는 것.
그것은 연륜이 있어야 보는 눈이 생기고
 더 많이 알아야 깨닫는 것이기도 합니다.

- 사색의 향기, 20



2016/11/13 01:33 2016/11/13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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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첨에 관하여

2016/11/13 01:28

효자는 부모에게 아첨하지 않으며
 충신은 임금에게 아첨하지 않는다.

- 장자 -


남의 마음에 들려고 비위를 맞추며 알랑거리는 것을
 아첨이라 합니다.
물론, 상대를 기쁘게 하기 위한
 살가움이나 선의의 거짓말은 피해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의도를 담거나
 상황이 나빠지면 돌변하는 성품이면 곤란합니다.
아첨을 잘하는 사람은 중요한 직책에 두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바른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자신에게 불리해도
 상대방의 길을 바르게 잡아주는 뚝심도 필요합니다.

 
 
- 사색의 향기, 20



2016/11/13 01:28 2016/11/1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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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참을성이 많다

2016/11/13 01:28

무뚝뚝한 철문이 바깥을 힘겹게 밀었다
 녹슨 늑골 사이, 손 하나가 슬며시 빠져나오고
 폐활량을 늘린 골목이 서둘러 손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보이지 않는 등을 배웅하는 늙은 목소리가 저 안쪽에서 구겨졌다
 뻐꾸기 벽시계가 감정이 삭제된 울음을 일곱 번 반복하고 돌아갔다
 고개 뺀 키다리 꽃이 바깥을 중계했다
 한 도막의 기억이 새순을 밀어 올리는지
 문밖이 궁금한 틀니가 흘린 말들을 집느라 골목이 몸을 튼다
 지문 닳은 페이지를 넘기면 어슴푸레 내력이 읽히는 골목은
 언제부터 골목이었을까
 낱장이 부욱 뜯겨도 함께 늙어가는 집들이 다시 기록을 채운다

 문 열고 나온 입들이 소문을 부풀려도
 퉤 퉤 몰상식을 뱉거나 덜 꺼진 고민을 발로 짓이겨도 묵묵히 귀만 세우는 골목

 골목은, 참을성이 많다

- 시, '골목' -


남녀가 부둥켜안은 장면을 흘긋거리던 사춘기가 있습니다.
그때, 가로등 꺼진 골목은 그들의 부끄러운 사랑을 확인하던 장소였지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골목은, 함부로 걸어도, 소중한 누군가의 손을 잡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임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민낯을 가려주는 곳, 대로변으로 나갈 수 없는 마음을 가려주는 곳임을.
누구에게나 골목 같은 비밀은 있습니다.
그렇기에 훤히 읽히지는 않지만, 공감하기도 하지요.


- 최연수 시인


- 사색의 향기, 20



2016/11/13 01:28 2016/11/1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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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에게 전부가 되는

2016/11/13 01:25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멀리 있고
 붉은 언약 또한 빛이 바래어
 죽는 날까지 만날 수 없다해도 사랑이여
 너는 너대로 너답게 살고
 나는 나대로 나답게 살아서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가 되는 것이다

- 유진, 시 '꽃무릇' 부분


 눈으로 봐야 확인이 되는 사랑이라 합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져서
 늘 가까이 두고 봐야 안심이 되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사랑은 순식간이라지만,
오래도록 떨어져있어도
 늘 곁에 있는 듯 서로를 느끼며
 자신에 충실 하는 것도 사랑이어서
 어느 편이 좋거나 옳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꽃무릇이나 상사화처럼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가 되는 것도 있습니다.

- 사색의 향기, 20



2016/11/13 01:25 2016/11/1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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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과거다

2016/11/13 01:22

내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당신의 과거는 쫓아버려라.

- 오슬러


 과거가 있기에
 오늘이 있고 미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과거가 오늘의 짐이 된다면,
앞으로 나아가는데 부담을 준다면
 과감히 잊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억지로 잊는다고 해서 잊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발목이 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이 그때보다 훨씬 나아졌기에,
그렇게 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 사색의 향기, 20



2016/11/13 01:22 2016/11/13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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