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잠이 안 와서
사과만큼의 거리를 갔습니다
나의 걸음에 대한
당신들의 소문은
이제 폐기할 때가 되었습니다
사과만큼의 거리란
사과 백 개 천 개를 늘어놓은
아주 달콤한 목표일지 모릅니다
나무들도 제 자리에서 걷는다지요
새들도 자면서 어둠을 건넌다지요
내가 있던 자리에
풀이 자라납니다
나는 밤잠을 잊었으니까요
삼백오십 번째 사과가
단맛을 풍기기 시작합니다
내 몸 밖으로 진물이 흐릅니다
- 강순, 시 '달팽이가 간다'
다 자기만큼의 거리가 있고 자기만큼의 보폭이 있습니다.
그 보폭에 맞게 차분히 가는 것이 삶이겠지요.
남들보다 늦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 기준으로 가다 보면, 삶은 언젠가 잘 익은 사과처럼 단맛을 냅니다.
그 단맛이 최선을 다한 목표이자 결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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