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수동카메라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겼던 독존은 어느날인가부터 그 큼지막한게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하는건 솔직히 내 욕심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기에 내 욕심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딜레마에 빠지게 된것이다.
그 큼지막한 것을 들고다니자니 걸리적거리고. 그렇다고 아름다운 것을 볼때마다 아차 하는 바보같은 일을 계속해서 경험하고 나면 어찌해야할지 참 결정하기 힘들어지는 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게다 접하게 된게 로모 였다.
늘 갖고는 싶었지만. 단 한번의 클릭으로 구입할 수 있는 그 자그마한 사진기를 갖게되기까지 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었다.
로모를 사고 처음 출사를 나간 곳이 덕수궁이었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마침 연꽃사진을 맘껏 찍을 수 있는 기회도 있어서.
내 칼라필름 첫롤의 주인공은 바로 이 연꽃이다.
안타깝게도 로모를 제대로 다룰 줄 몰랐던 독존은 어릴때 수동카메라를 가지고 놀았던 경험으로 대충 때우려고 했었던 것이었다. 한 롤의 필름을 쓰는 동안 내가 제대로 찍은 사진은 이 사진 한장 뿐이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사진 잘나오지 않았나?
로모에게 너무 고마울정도로. 제대로 조작하지도 못하는 내게 너무 큰 선물을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로 이 사진만큼 날 만족시켜주는 사진은 아직 없다.
늘 바쁜 나머지 로모와 잘 놀아주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이지만. 로모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 노력하지 못한 탓이 크다.
수동카메라에서 작고 귀여운 로모로 바꿔 메달았을 뿐이지, 난 아직도 카메라 가지고 다니는 걸 귀찮아하고 있다. 이제 좀 놀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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