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목련아, 미안해......

2004/04/12 23:44

난.
로모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어릴적부터 수동카메라를 만져왔던지라. 수동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독존.
그런 독존에게 로모라는 카메라는 상당한 호기심과 자극을 유발했음은 자명하다. 왜냐! 가볍고 귀여우니까.

내가 일반 수동카메라를 들고 다니기가 너무 버거운 그런 가녀린 사람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늘 그 커다란 수동카메라를 이고 다니기엔 귀차니즘의 절대고수인 내가 용납하기가 힘들다 - 아무리 내가 수동카메라를 사랑할지라도 말이다 -_-;;

그래서 로모로 난 세상을 비춰본다. 그렇게 한 1년여를 찍어왔다.

오늘 친구와 한옥마을에 다녀왔다.
늘 바쁜척만 하는지라 난 서울에 20년이 넘게 살았으면서도 한옥마을을 한번도 가지 못했다. - 게으름의 결정체라고 할 수도 있겠다 -_-;;

지기 시작한 벚꽃을 그나마도 좀 찍겠다고 이리저리 찍으며 나름대로 유쾌했음v

삼청동으로 넘어가서 - 앗. 가게 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_-; - 꽤 분위기가 맘에 드는 술집에 들어갔다.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들어가던 순간부터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36장이 넘어가도 계속 필름이 감기는 것이다.
어쩐지 좀 불안한 감이 와서 한번 감아봤더니, 옆에 필름 감기면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그곳이 안움직여지는 거시여따!!!!!!!!
그래서 찍은거 어케 돼나 보는 심정으로 뚜껑을 열어봤다.
그런데!

글쎄.. ㅠ.ㅠ

필름이 안넣어져있는 것이다............................................!

당연히 필름이 안에 넣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난 이주동안 괜찮은 화면을 담았는데.......... ㅠ.ㅠ

벚꽃, 매화 그리고! 적목련..................... ㅠ.ㅠ

아흑.....

안타깝지만. 난 필름을 넣고 - 늘 예비용으로 1개씩 가지고 다닌다 - 다시 찍어댔다.
하지만 그 아름답던 목련을. 그렇게 아름답게 피어있던 목련을 다시 담을 수 없다는 것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ㅠ.ㅠ

내일 아침에 다시 우리 집앞의 독립문 공원을 가서 찍어야겠다...
너무도 가슴이 아프지만....
지금 비록 활짝 피어있는 그래서 아름다운 그 목련을 찍기는 힘들겠지만. 아직도 나를 위해 아름답게 피어있는 그 목련을 찍기 위해 일찍부터 서둘러서 찍어야지...
내일이 지나면 혹여라도 비가올지 모르니말이다...

아름다운 목련아.
미안하다.
내 실수로. 나의 바보같은 실수로 올해 니가 정말 아름다웠던 그 순간을 내가 담지 못했구나.
하지만. 더욱 아름답게 그려주마. 너의 모습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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