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스니커 스토리

2004/05/02 00:21

'스니커'라는 명칭은 정확하지 않다. 스니커(sneaker)는 '비열한 사람' 을 말한다. 사실은 스니커즈(sneakers)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괜찮다.

스니크(sneak)는 '살금살금 걷는다' 는 뜻이다. 분명히 스니커를 신으면 살금살금 걸을 수가 있다. 틀림없이 처음으로 스니커를 발명한 사람은 친구나 가족에게 수없이 싫은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뭐, 뭐야, 자넨가? 뒤에서 살금살금 걸어오니까 깜짝 놀랐잖아" 라든지,
"당신, 앞으로 그 새 신발 좀 신고 다니지 마세요. 깜짝 놀라서 접시를 세 개나 깨먹었다구요" 라고 말이다.

하지만, 스니커를 발명한 이는 여간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러 가지로 장난을 쳤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광경을 상상해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자세히 조사해 보니까, 스티커는 1872년에 보스턴에 사는 제임스 P.브래들리라고 하는 마구상 주인에 의해서 발명되었다고 한다. 브래들리 씨의 사람 됨됨이에 대해 서는 자세한 기록이 없는 것 같다. 부인이 접시를 깨트리거나 친구에게 핀잔을 받았 다고 하는 기록도 없다. 에디슨이나 라이트 형제에 대한 전기는 상세하게 남아 있는 데, 스티커를 발명한 사람이 이렇게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나는 생 각한다.

그러나 그건 그렇다 치고, 이 브래들리 씨는 상당히 특이한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는 처음에 고무 말발굽을 발명해서 시 당국에 13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고무 말발굽을 붙인 말이 살금살금 거리를 지나가다가, 앞서가는 노부인의 목덜미를 낼름 핥았기 때문 이다. 노부인은 졸도하고, 브래들리 씨는 경찰에 연행되어가서 벌금형을 받고, 고무 말발굽은 폐기되었다.

그러나 브래들리 씨는 단념하지 않고 고무 말발굽의 연구를 계속했고, 그것은 드디어 실험적으로 인디언 토벌군에게 채용되게 되었다. 1868년의 일이다. 소리를 내지 않고 기병대가 인디언의 배후로 잠입해 들어가기 위한 것이었으나, 그 성과는 그다지 바람직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보스턴의 노부인과 수우 족의 전사는 역시 사정이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1872년에 브래들리 씨는 "말발굽에 고무 밑창을 댈 수 있다면, 인간의 신발 밑바닥에 고무를 갖다 대도 괜찮지 않겠는가?" 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오카모토 다로적 전환을 이룩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브래들리 식 고무 밑창 신발' 이 탄생한 것이다.

'브래들리 식 고무 밑창 신발' 은 어느 사이엔가 스니커즈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러한 악의에 찬 이름이 붙여진 것을 보면, 보수적이고 온건한 보스턴의 시민들은 브래들리 씨 와 그 발명품에 대해서 상당히 짜증스러워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세월은 흘러 1982년이 되었다.

나는 스니커를 대단히 좋아한다. 1년 중 350일은 스니커를 신고 생활하고 있다. 덱 슈즈, 로컷, 바스켓볼 모델이나 빨간색, 파란색, 흰색 스니커나, 콤파스, 케즈 등 여러 가지 스니커를 가지고 있다. 스니커를 신고 거리를 걷다 보면, 나이를 먹는 것 따 위는 조금도 두렵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때때로 어떤 사람이 스니커를 발명했을까 하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를 생각한 끝에,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거짓말을 생각해 냈다.
전부 거짓말이다. 정말 미안하다.

하루키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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