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인가 나는 마음속에 자를 하나 넣고 다녔습니다.
돌을 만나면 돌을 재고, 나무를 만나면 나무를 재고,
사람을 만나면 사람을 재었습니다.
물위에 비치는 구름을 보며 하늘의 높이까지 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내가 지닌 자가 제일 정확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잰 것이 넘거나 처지는 것을 보면 마음에 못 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렇게 인생을 확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몇번이나 속으로
다짐 했습니다.
가끔 나를 재는 사람을 볼때마다 무관심한 체 하려고
애썼습니다.
간혹 귀에 거슬리는 얘기를 듣게 되면, 틀림없이 눈금이
잘못된 자일거라고 내뱉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번도 내 자로 나를 잰 적이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부끄러워 졌습니다.
아직도 녹슨 자를 하나 갖고 있지만, 아무것도 재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습니다.
- 사색의 향기, 200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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