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이상 새를 기다리지 않는다

2002/03/04 10:10

나는 걷지 못한다.
내게는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없다.
나는 날지 못한다.
내게는 날 수 있는 날개가 없다.
그래서 나는 새를 부러워했다.
언제나 동경해왔으며 언제나 쫓았다.
새들은 늘 내 주변에 둥지를 튼다.
하지만 새는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알지 못한다.
둥지를 떠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난 언제나 다시 볼 수 있는 그들이 떠나는 걸 막지 않았다.
어느 날 내게 둥지를 틀고 자리를 잡은 그 새를 만났다.
난 그 새도 언젠가는 떠날 줄 알기에 그저 관망하듯 보았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그 새가 떠나며 내게 말한다.
다음 번에는 내 진실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그 새가 떠나고 난 다시는 내 가지에 둥지를 받지 않았다.
그러기를 한달, 두달, 한해, 두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 새를 하릴없이 기다려보았지만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뻥뚫린 나무가 된 나는 더이상 새를 기다리지 않는다...  


"육감도 / 第2 수필" 분류의 다른 글

들어보겠니2001/11/26
識香2004/06/12
소리2004/07/15
나는 또 무엇이 되기위해2005/01/17
비밀은 없다2004/05/31

2002/03/04 10:10 2002/03/04 10:10

(#Hashtag) 같은글
    이글의 태그와 관련된 글이 없습니다.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ham-gge.com/ttd/trackback/460

Comments

What's on your mind?

댓글 입력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