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2004/09/29 23:48

7월의 태양이 울고 갈 뜨거운 오후. 주안. 소래포구까지 가는 38번 버스.
40여분간을 덜컹덜컹 가다 나온 그곳은 내가 기대했던 곳은 아니었다. 친구가 예전에 내게 보여줬던 그 사진속의 소래포구의 느낌은 조용하고 한적한. 그런 느낌이었었다. 같이간 벗이 하는 말이 그나마 전에 왔을때보단 사람이 적은 것이라고 하였지만. 소래포구에 대한 처음의 내 느낌은 그렇게 조금 실망스러웠다.

왁자지껄 5일장 풍경같은 그곳의 장의 모습은 서울에서 내내 지내기만 했던 내게 아주 약간은 사람내음나는 즐거움을 주었다. 시장 중간에 옆길로 난 곳으로 들어가보니 조개주막이 있었다. 먹음직스런 냄새로 뒤덥혀진 그곳은 소라와 조개를 구워먹을 수 있는 주점이었다. 그곳을 조금 지나면 녹이 슬어 이젠 쓰이지 않을듯이 보이는 고깃배 네척이 뜨거운 태양에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그 옆의 갯벌에서 너대섯명의 강태공들이 빛나는 낚시줄을 바닷물에 담가두고 기러기떼와 즐겁게 노닐고 있었다.
9월의 마지막주면 슬슬 추워지게 마련인데 오늘따라 유난히 무더운 태양빛에 반바지를 입고 나오지 않음을 아쉬워하며 또 다른 길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건져올린 생선들로 소줏잔 기울이는 무리들을 헤치고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왕새우와 조개 소라를 파는 장을 만나게 되었다. 먹음직스런 음식들을 보다보니 슬슬 허기가 져서 우리 일행은 포구 앞쪽에 서있는 회파는 장삿꾼들 앞에서 어느 회가 맛있는지 슬렁슬렁 걸어가다 아무곳에서나 한접시를 사고서 바로 맞은편 길가에 철퍼덕 앉아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바닷소리를 벗삼아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참으로 오랫만에 마시는 낮술이다 보니 금새 얼큰하게 취하게 되었다. 반시경도 되지 않아 소주 두병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모두들 얼굴이 불그스레한것이 막 시집가는 새댁의 볼처럼 이뻐보였다.

이제 부드러운 회맛과 달짝지근한 술맛을 보았으니 우리의 오늘 할 일은 끝냈구나 싶어 서울로 돌아가는 차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만에 한낮의 기운을 제대로 받았구나 싶은 즐거운 마음과 정다운 벗들과 함께한 여운이 길게 남아 한참을 그렇게 길바닥에서 시간의 흐름을 즐기다 보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이런 날엔 어디 이태백이 온들 부러울쏘냐...

2004/09/29 23:48 2004/09/2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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