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가 우습냐?!

2004/12/28 02:03

그동안의 추이를 살펴보건데. 가만히 있으면, 김홍준 위원장이 해임될듯하다.
김홍준 위원장이 누구인가.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가 현재와 같이 독립적인 영화제의 위상을 높이며 자리를 잡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그런 그를 조직위원회의 이름으로 해임을 시킬 공모를 하고 있으니. 후임자로 누구를 간택해 놓았길래 이런 모략을 꾸미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 어느 국내영화제보다 가장 PiFan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김 위원장이 해임되지 않도록 이리저리 뛰어야겠다.

 [편집자가 독자에게] 영화제가 우습냐?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부터 연초까지 흔히 연말연시라 불리는 시기에는 누구라도 조금은 들뜨기 마련입니다. 뭐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내자'라는 해묵은 구호 자체가 역으로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를 잘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들뜬 시기에 소리소문 없이 진행되어 버리는 일들이 적지 않다는 것, 알고 계시는지요? 지난 여러 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뭔가 다수의 대중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는 중대한 결정들이 이런 정신 없는 시기를 틈타 슬그머니 없이 진행되어 버리는 일이 꽤 많더군요. 올해도 어김없이, 어이없는 결정 하나가 연말연시를 틈타 아무도 모른 채 결정되기 직전까지 갔다가 다행히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바로 최근 몇몇 언론 등에 의해 세상에 노출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해촉건'입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이미 본지 기사를 포함해서 각종 언론에 의해 공개되었습니다만 다시 한번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시작은 지난 12월 22일 부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급작스럽게 이사회를 소집하여 2000년부터 이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수행해 온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의 해촉안을 상정·통과시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김 원장은 지난 4월에 유임되어 3년 임기 중 약 2년 4개월 잔여임기를 남기고 있는 상황이며, 해촉안건의 상정은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홍건표 부천시장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문제는 김 원장 해촉이 뚜렷한 사유가 없다는 점에서 불거졌습니다. 이사회 측도 김 원장이 영화제에 기여한 바를 인정하고 해촉될 만한 뚜렷한 사유도 없으나 "김 원장이 최근 영상원장으로 임명되어 영화제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과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영화제를 위해서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세계 속의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집행위원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이지만 이미 최민 前 영상원장이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임무를 수행했던 전례가 있으며 현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역시 비중 있는 현직을 갖고 계신 분이 겸직하고 있습니다. 영화제 조직에 관한 정관을 살펴봐도 겸직 금지 조항은 전혀 없습니다. 별다른 연관 없어 보이는 많은 직책들을 손쉽고 당연하게 겸직하는 이 사회의 분위기에 비춰보자면 같은 분야에서 이뤄지는 이 정도의 겸직은 겸직이라고 하기도 민망합니다. 따지고 보면 조직위원장도 부천시장이 겸직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사회가 내세우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를 살펴봅시다. 이런 저런 복잡한 수사법을 행간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영화제 발전을 위해 더욱 역량 있는 집행위원장으로 바꾸겠다'인데 이것은 앞서서 언급한 '김 원장이 영화제 발전에 기여한 바를 인정한다'는 것과 명백하게 배치되는 수사법입니다. 지금까지의 영화제 발전에 기여한 바는 것은 인정하겠는데 더욱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꿔야한다?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얘기인데 혹시 이것을 설명하실 수 있는 분이 계시면 기사 밑에 리플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이해가 불가능한 상황이 무리하게 진행되다 보니 각종 흉흉한 소문이 들끓고 있으며 영화계 안팎의 반발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27일 영화제 스탭들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해촉안의 총회 부의 승인을 접하는 스탭의 입장'이란 논평을 발표하고 김 원장 해촉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같은 날 영화인회의도 '홍건표 부천시장의 김홍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해촉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영화제 관객들 역시 부천영화제 자유게시판(http://www.pifan.com)과 부천시청 '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http://www.bucheon.go.kr), 그리고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에 24일 만들어진 '부천영화제 김홍준 위원장 해촉 반대 모임' (http://cafe.naver.com/antipifan.cafe) 에서 김 원장의 해촉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고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홍 부천시장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종류의 삐걱거림이 비단 부천영화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란 겁니다. 그나마 부천영화제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행사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수가 있었지만 수많은 크고 작은 지역의 문화행사들은 지자체의 일방적인 횡포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천시장님을 비롯해서 이런저런 불미스런 상황의 중심부에 있는 지자체 책임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잘 되는 문화행사 하나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 지 알고 있는지요. 문화예술이 그렇게 만만하고 우스워 보이시나요?

염신규 - 민예총 정책기획팀장


2004/12/28 02:03 2004/12/2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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