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과 출사와 잔디밭

2004/09/06 11:54

뙤약볕.
오랫만에 실외에서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한 이번 주말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이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올림픽공원. 6년만에 들른 그곳은 예전의 익숙한 언덕 벤치 색깔로 나를 맞이했다. 즐거운 기분으로 이곳 저곳 구석구석 나의 귀여운 로모로 스케치를 해나갔다.
사탕발가락, zork2k, 함장, 나특한, 푸무클, Eyes couple 등이 참석한 이번 출사는 출사의 목적보다는 나들이의 성격이 더 강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독존은 그랬다. 하루종일 푸무클님의 사랑스런 도시락을 생각하며 기쁨을 만끽했던 것이다. 역시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그 도시락은 푸무클님의 아기자기한 손길로 모양까지 맛깔스러운 멋진 도시락이었다. 세심하게 별밥 과 깻잎을 층으로 쌓은, 그녀가 도시락을 쌀때의 그런 섬세한 기분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공원을 가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것이 바로 잔디밭이다. 올림픽 공원을 아는 이라면 공원 중앙에 있는 넓은 잔디밭이 떠올려질 것이다. 우리 나들이 일행은 핑크색 도시락을 기쁜 마음으로 펼쳐서 그 맛을 음미해보려 했다. 찰라 멀리서 삑삑 호루라기를 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멀리 쳐다보니 공원경비가 잔디밭에서 나가라고 멀리서부터 사람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그냥 자리에 깔아서 먹고 나가고 싶었으나 군중심리, 모두 나가는 분위기에 또한 험악한 호루라기 소리에 나가지 않을 수 없는 노릇. 잔디가 바로 앞에 보이는 줄밖에서 경비가 사람들을 쫓아내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옆에 함장이 한마디 한다.
"우리나라는 시장부터 시작해서 죄다 잔디를 너무 사랑한다니까. "

그렇다. 시민의 편의를 위해 만든 공원. 그 안에 있는 잔디밭에 앉고 누워서 노는 것이 무에 잘못된 일이란 말인가. 그런 것을 잔디밟힌다고 노여워하며 쫓아내는 꼴이라니.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었다.
멀찍이 쳐다보니 줄이 쳐있지 않은 잔디가 있는 곳이 보인다. 모두들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잔디에 앉아 경비의 호루라기 소리와 경비에 맞서 잔디에 침투하려는 사람들의 전쟁을 구경하며 우리는 푸무클님의 도시락을 기쁜 마음으로 먹기 시작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잠시 나무그늘 밑에서 시원한 오후의 한때를 보내던 때. 갑작스럽게 또 삑삑 소리가 들린다. 건너편에서 노란색옷을 입은 한 여인이 이쪽편으로 잔디밭을 가로질러 건너오고 있었다. 그녀가 이쪽편에 거의 다다를 정도가 되었는데 그 경비 삼십육계 줄행랑을 칠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녀를 쫓아간다. 멀리 있으니 그들이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그녀가 10m도 안남은 이쪽편 울타리를 건너지 못한 채 오던 길로 되돌아 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그깟 잔디밭이 무엇이라고.

정의의 사도, 독존은 그런 일에 쉽게 넘어가지 못한다.
개구쟁이 선두주자, 독존은 이런 재미있을 법한 일도 또한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경비를 놀려줄 계획을 세웠다. 그래 내가 한 번 가로질러 가보자.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었다. 일행의 환호를 받으며 줄을 넘어섰다. 당연히 나를 향해 즉각 호루라기를 불어댈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경비는 멀리에 있는 아주머니들과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최대한 눈에 띄려고 슬렁슬렁 걸어가고 있었다.
한 중간쯤 건너가자 그제서야 나를 발견하고 호루라기를 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귀가 잘 안들리는 척 하려 했으나 내 성격상 좀 비겁해보여서 그냥 걸어갔다. 그 경비님. 가만히 있을 수없다. 아까와 같이 열씸히 나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이봐 아가씨. 거기 서!"
'어머 왜 그러세요? (후후)"
"여기 건너가면 안돼욧"
"왜요? 왜 건너가면 안돼죠?"
"여기 잔디 안 보여요. 다시 돌아가요"
"어머 잔디 밟는게 뭐가 죄라고 그러세요. 그냥 갈게요 (걸어가는 시늉)"
"어 안된다니까 그러네! 안돼요. 빨리 내 살 닿기 전에 돌아가욧"
"(어.. 이거 심하게 긴장되서 도망도 못가겠고 어쩌지...) 저기 아저씨 실은요 (가슴을 약간 움켜잡고) 제가 심장이 약해서 호흡이 좀 어렵거든요. 그래서 조금 빨리 가보려고 그러는 거에요 (흑흑 보내줘요) 그냥 갈께요. 네? "
"(정말일까? 아닌거같은데 흠) 뭐 그럼 빨랑 건너가욧"

허얼... 가슴 쓸어내리며 걸어가고 있는데, 아까의 그 쫓겨났던 여인과 그 일행이 나를 향해 환호성을 보내고 있었다. 당연히 독존 양팔을 흔들며 그들에게 화답했다. 뒤를 보고 우리 일행에게 또한 화답. 므흐흐흐흣v

물론. 그 경비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당연히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잔디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고 계신 것이겠지요. 뭐 그렇지만 당장에는 잔디를 밟지 못하게 하는 못된 공원관리와 잔디를 밟아보고 싶은 선량한 시민 아니겠습니까. 그 경비님에게는 약간 미안하긴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라도 통쾌함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휴식시간을 보내고 슬슬 다시 출사를 했다. 시간이 5시가 되어가자 그제서야 조금 선선해지시 시작했다. 새파란 동산의 멋들어진 곡선을 배경으로 한 올림픽공원 출사는 지는 해와 함께 서서히 마무리 되고 있었다. 처음 뵌 나특한님, 푸무클님. 너무 반가웠습니다. 특히나 푸무클님의 도시락은 앞으로 모든 출사에 필히 참석하여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릴께요 ~_~



2004/09/06 11:54 2004/09/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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