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토퍼

2004/07/12 22:06

초등학교때 읽은 것 중에 '시간을 멈추는 아이' 라는 만화책이 있었다.
이 아이에게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데, '토우' 하면 시간이 멈추고 '토퍼' 하면 다시 시간이 가는 그런 능력이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느 비오는 날 우산없이 뛰어가다가 '토우' 하자 빗방울이 멈추는 장면이었다. 그 아이는 멈추어져 있는 빗방울을 만지며 신기해하며 집까지 젖지 않고 돌아갔었다...

오빠의 생일이라고 언니에게서 출동명령이 내려졌다. 언니네서 생일파티를 할테니 일끝나고 바로 오라는 것이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둘째 조카 태어나고서 한번도 가지를 않아서 미안해하고 있는 터라 어쩔 수 없이 갔다.
도착하니 조카들과 언니내외가 잔뜩 생일상을 차리고 있는 중이었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식사가 끝난 후에 형부가 준비한 시퐁케잌에 와인 등장.
오랫만의 가족모임이라 무척 기분이 좋았다.

집에 갈 즈음 되니 언니가 밑반찬을 잔뜩 꾸려주었다. 김치에 고추장에 기타 등등의 찬거리. 두손으로 들고가기에 벅찰만큼 잔뜩 쥐어주고는 와인 세잔에 취기가 오른 형부에게 데려다주라 하는데 안그래도 맛난 음식에 잔뜩 고마워진 독존은 손사래를 쳤다.
' 맛있게 먹겠습니다. '

한손엔 우산을 들고 다른 손과 어깨에는 음식을 들쳐메고 빗속을 뚫고 버스를 드디어 탔다.
이휴.. 한숨돌릴 찰라. 벌써 내려야 하는 정거장에 도착. 안그래두 손이 모자른 터에 카드단말기에 버스카드를 찍어야 한다. 겨우겨우 찍고서 내려와서 횡단보도에 섰다.
'앗'

제일 먹고 싶었던 오이지 기타 등등이 들어있던 봉지를 두고 내려버렸다.

' 토. 우. !!!!!!!!!!!!!! '

외쳐보았지만, 나몰라라 버스는 벌써 제갈길로 가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정말. 내게도 '토우-토퍼' 가 필요한 날이었다.

2004/07/12 22:06 2004/07/1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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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passerby 2017/05/24 07:07

    토우-토퍼 라는 만화 저도 초등학교때 만화방에서 읽은 기억이 나요.
    어릴적이라 그런지 강하게 인상이 남아서 한동안 토우! 토퍼! 속으로 외치며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문득 다시 보고 싶어져 구글링 해 보았지만 유일하게 검색되는 페이지가 여기 뿐이네요.
    하마터면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나... 했을 수도.
    토우! 토퍼! 외치고 갑니다.

    perm. |  mod/del. |  reply.
    • 독존 장희빈 2017/06/03 14:04

      ㅎㅎ 반갑습니다.
      제가 지나가는 분께 큰 도움을 준것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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